[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올해 하반기부터 상장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한 전문 투자자 법인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매매 실명계좌 개설이 허용되면서 법인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매매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춘 이번 정책에 대해 산업 전반의 성장을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금융 시스템 활용과 사업 확장을 위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열린 가상자산위원회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위험 감수 능력을 갖춘 약 3500개의 기관투자자에 한해 투자·재무 목적의 매매 실명계좌를 시범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상은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에 해당하는 법인 중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기업과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법인이다.
이 같은 금융위의 방침으로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도 해외 시장처럼 기관 투자자의 유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인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개인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며 “기관 유입으로 거래소의 거래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코인베이스의 전체 거래량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은 20% 미만으로, 기관이 주도하는 시장 구조를 보였다.
다만 금융위는 일반 법인의 계좌 개설은 시장 상황과 시범 허용 결과를 분석한 후 2단계 입법과 관련 제도 정비가 완료된 뒤에야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이 시작되지만, 2단계 입법이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일반 법인의 계좌 개설이 허용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디지털자산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일반 법인에도 계좌 개설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홍성욱 연구원은 “상당수의 상장 기업의 경우 디지털자산 사업보다는 매매에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디지털자산 스타트업에 대한 시의적절한 법인 계좌 허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선임 연구원도 “현재 상장사 중심의 제한적 허용은 시장의 건전성을 위한 과도기적 조치로 이해되지만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들의 참여 제한은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서비스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들의 합법적 거래 기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적절한 심사 기준을 마련하거나, 일부 제한적인 허용 방안을 우선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소규모 기업의 법인 계좌 개설을 위해 가상자산사업자 유형별로 차별화된 규제를 적용하면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고 산업 규제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성 연구원도 “스타트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 제시와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 혁신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 보유 기업부터라도 시범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있다”며 “자금세탁 우려의 경우 디지털자산 거래소와 온체인 분석 기업 등과 협력해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산업 활성화 요구에도 금융위는 신중한 시장 운영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여전히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시장 접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현물 ETF 도입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디지털자산이 전통 금융시장에 편입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