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언어를 깊이 이해하면서 활용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AI 에이전트가 있다.
AI 에이전트는 환경을 관찰하며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고 미리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목표는 인간이 설정하지만 AI 에이전트는 환경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방법을 결정한다. 이를 위해 기계 학습,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딥러닝 등의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환경을 효과적으로 처리한다.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특성은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에이전트가 차세대 로봇 공학 산업의 핵심이 될 수 있다”며 “수조 달러 규모의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AI 에이전트는 챗봇, 자율주행차, 트레이딩 봇 등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으며, 탈중앙화금융(디파이), 게임 등 여러 블록체인 분야에서도 AI 에이전트를 적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윤영 코빗리서치 센터장은 “AI 에이전트는 신뢰성과 검증 가능성을 기반으로 자동화된 금융, 탈중앙화 자율조직(다오) 등 여러 블록체인 산업에 연계될 수 있다”며 “디지털자산과 원할한 통합 등의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블록체인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온체인 환경에서 기존 중앙화된 시스템 대비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의 개방성과 투명성 때문에 오히려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 분석 업체 메사리(Messari) 소속 연구원 킨지 스타이메츠(Kinji Steimetz)는 보고서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오프체인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보 수집과 분석을 수행하는 AIXBT과 같은 AI 에이전트는 오프체인에서 데이터를 처리해 제품과 시장 사이의 적합성을 찾아가고 있지만 AIXBT와 연계된 토큰은 기대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온체인 운영이 반드시 경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와 관련된 토큰이 쉽게 주목받을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자본 배분이 이뤄지려면 명확한 가치 창출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킨지 연구원은 “만일 AI 에이전트가 실질적인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결국 ‘AI 에이전트’라는 개념 자체가 하나의 밈(Meme)으로 작용해 단순한 밈 투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이는 결국 더 강력한 밈이 등장하면 쉽게 대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AI 에이전트의 지속적인 성장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실질적인 가치 제공이 가능할 때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AI 에이전트의 실질적인 활용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온체인 AI 에이전트의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 자동화된 포트폴리오 관리가 자주 언급된다. 이에 대해 킨지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AI 에이전트가 온체인에서 포트폴리오를 자동 관리하고 최적의 투자 전략을 수행할 수 있지만 오픈소스 AI가 폐쇄형 AI 모델을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 서비스에서 성공적인 AI 모델을 구축하려면 정교한 모델 튜닝과 독점적인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필수적”이라며 “금융 기관들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온체인에서 오픈소스 AI가 운영되기보다는 대형 금융기관들이 내부적으로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에이전트가 온체인에서 자동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폐쇄형 AI 모델을 활용하는 대형 기관들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킨지 연구원은 “AI 에이전트와 온체인 봇이 늘어난다고 해서 현재의 프로토콜들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픈소스 플랫폼은 강점이 아니라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에이전트 중심의 시대가 올 수도 있지만, 그 모습은 현재 시장이 기대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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