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미국의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 추진은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자산 수용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트판다 CEO 에릭 데무스가 말했다.
20일(현지 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그는 전일 ‘컨센서스 홍콩’ 행사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빠르게 움직이는 투기적 베팅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무스는 2024년 강세장은 2021년 개인 투자자 중심의 사이클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4년 상승장은 변동성이 적고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소위 ‘끈적거리는 자금(sticky money)’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엔나에 본사를 둔 비트판다는 유럽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로, 6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암호화폐뿐 아니라 주식과 귀금속 거래도 지원하며, 최근 영국 금융감독청(FCA)으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았다.
미국 정책 변화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영향
데무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이 글로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전 세계가 이에 적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급성장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비트코인 ETF는 출시 1년 만에 운용 자산이 약 580억 달러로 증가, 시장의 성숙을 나타내는 지표로 평가된다. 데무스는 “대형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자본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알트코인 채택 속도는 비트코인에 비해 다소 느리지만, 미국의 규제가 진전되면 다양한 암호화폐 ETF가 승인돼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은행들, 암호화폐 채택 본격화할 것”
데무스는 미국 은행들이 암호화폐 채택의 다음 물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암호화폐가 미국 경제 및 금융 정책의 핵심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세계 최대 금융 강국이 암호화폐를 주목하는 만큼, 은행들도 관련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거나 제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은행들이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정부 채권과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의 토큰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트판다의 유럽 및 글로벌 확장 전략
비트판다는 유럽 내 복잡한 규제 환경 속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데무스는 “유럽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크다”며 “여러 국가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해 유럽 내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회사는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를 확장하며, 중동과 유럽의 은행들에 암호화폐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와 프랑스 최대 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비트판다의 백엔드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데무스는 “암호화폐 시장이 전환점을 맞고 있으며, 기관 자금의 유입으로 장기적인 성장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