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암호화폐 시장이 21일 뉴욕 시간대 초반의 상승 흐름을 반납하고 하락했다. 2월 초 이후 처음으로 10만달러에 접근했던 비트코인은 오후 들어 낙폭을 키우며 9만6000달러 아래로 밀렸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15억달러 상당의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과 미국의 부진한 경제 지표로 뉴욕 증시가 급락하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이날 발표된 1월 미시간대학교 소비자 심리지수는 64.7로 10% 하락, 예상을 하회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소비자들의 심리를 압박했다. 이번 조사에서 5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3.5%로,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1월 기존 주택 판매는 지난달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408만 채로 줄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2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경기 수축을 가리켰다. 경기 둔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달러,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암호화폐 시장은 바이비트 해킹 뉴스가 전해지기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코인베이스에 대한 소송을 취하할 것이라는 소식에 힘입어 상승 흐름을 펼쳤다.
코인베이스 공동 창립자 겸 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이날 CNBC ‘스쿼크 박스(Squawk Box)’와의 인터뷰에서 SEC가 코인베이스에 대한 소송을 취하할 것이라고 전하며 코인베이스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어떤 벌금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인베이스와 암호화폐 산업 전체에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이날 상승세를 보이다 하락하면서 레버리지를 이용한 파생상품의 대규모 청산이 발생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으로 지난 4시간 동안 총 1억9785만달러의 포지션이 청산됐으며 이중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롱 포지션이 1억6686만달러를 차지했다.
#암호화폐 시가총액, 뉴욕 시간대 $1400억 감소
뉴욕 시간 21일 오후 3시45분 코인마켓캡에서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3조1300억달러로 24시간 전 대비 3.64% 감소했다. 이날 뉴욕 증시 개장 전과 비교하면 1400억 달러 줄었다. 암호화폐 시장의 24시간 거래량은 1326억달러로 48.28% 증가했다.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60.3%, 이더리움 도미넌스는 10.2%로 집계됐다. 암호화폐 시장의 공포와 탐욕 지수는 43으로 중립 상태를 가리켰다.
이 시간 비트코인은 코인마켓캡에서 9만5274 달러로 24시간 전 대비 3.41% 내렸다. 이날 장중 고점은 9만9497달러, 저점은 9만5083달러로 기록됐다. 비트코인은 1월 20일 10만9114달러의 새로운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조정을 겪고 있다. 이더리움은 2644달러로 3.89% 떨어졌다. 이더리움의 사상 최고가는 2021년 11월 16일 기록한 4891.70달러다.
시총 10위에 포함된 다른 알트코인들도 24시간 전 대비 모두 하락했다. 엑스알피(XRP) 6.24%, BNB 2.55%, 솔라나 3.79%, 도지코인 5.49%, 카르다노 6.12%, 트론 3.83% 후퇴했다.
#암호화폐 선물 하락 … 美달러↑, 국채 수익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2월물은 9만5225달러로 3.53%, 3월물은 9만5790 달러로 3.66%, 4월물은 9만6565 달러로 3.56% 밀렸다. 이더리움 2월물은 2654.50 달러로 3.65%, 3월물은 2677.00 달러로 3.60%, 4월물은 2699.50달러로 3.64%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데이터 기준 달러지수는 106.60으로 0.22% 상승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422%로 8.9bp 후퇴했다.국채 수익률 하락은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비트코인 ETF 자금 유출 지속 … 이더리움 ETF도 순유출 전환
파사이드 인베스터스에 따르면 전일(목) 비트코인 ETF 전체적으로 3억6480만달러 마이너스 흐름을 기록했다. 블랙록(IBIT) 1억1200만달러, 피델리티(FBTC) 8820만달러, 아크 21셰어스(ARKB) 9830만달러 등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비트와이즈(BIBT) 등 일부 펀드에 약간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더리움 ETF에서도 1310만달러 빠져나갔다. 피델리티(FETH)와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트러스트(ETHE)에서 각기 280만달러와 1030만달러 빠져나갔고 자금 유입을 기록한 펀드는 없다. 이더리움 ETF는 2월 들어 단 3차례 자금 유출을 겪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의 자금 유출은 암호화폐 시장의 본격 반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