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최창환 기자]비트멕스(BitMEX) 공동 창업자이자 이더리움(ETH) 보유자인 아서 헤이즈(Arthur Hayes)가 바이비트(Bybit)의 14억 달러 규모 해킹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이더리움 네트워크 롤백을 제안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헤이즈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에게 “바이비트를 돕기 위해 체인을 롤백할 의향이 있느냐”고 직접 질문했다. 그는 “나는 이더리움이 2016년 다오(DAO) 해킹 사건 이후 이미 ‘돈’의 역할을 잃었다고 생각한다”며 “커뮤니티가 다시 이를 결정한다면, 나는 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테린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14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해킹…해커, 자금 세탁 시도
이번 바이비트 해킹은 온체인 분석가 잭XBT(ZachXBT)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그는 바이비트에서 14억 달러 상당의 ETH가 외부로 빠져나간 정황을 포착했으며, 해커가 곧바로 mETH와 stETH를 이더리움으로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해커는 1만 ETH씩 39개 주소로 분산하고, 또 다른 1만 ETH는 9개 주소로 전송했다. 폴리노미얼(Polynomial.fi) 공동 창업자인 고탐 산토시(Gautham Santhosh)는 “이번 공격은 특정 ETH 콜드월렛을 장악한 뒤 모든 자금을 외부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바이비트 CEO 벤 저우(Ben Zhou)는 “이번 해킹으로 인해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지만, 거래소는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어 고객 자금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더리움 롤백 가능할까? 시장에서는 부정적 반응
블록체인의 ‘롤백’은 특정 사건 이전으로 네트워크를 되돌리는 조치로, 이번 해킹과 관련된 트랜잭션을 무효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더리움은 2016년 다오(DAO) 해킹 사건 당시 6000만 달러(당시 전체 ETH 유통량의 30%) 규모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하드포크를 단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체인을 유지하려는 진영이 분리되며 이더리움 클래식(ETC)이 탄생했다.
그러나 2019년 바이낸스(Binance)의 창펑 자오(Changpeng Zhao) CEO가 비트코인(BTC) 해킹 피해 복구를 위해 롤백을 고려했을 때,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블록체인의 불변성(immutability) 원칙’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산토시는 이번 바이비트 사태에 대해 “다오 해킹 당시에는 전체 ETH의 15%가 피해를 입었고, 복구 경로도 명확했다”며 “하지만 지금 이더리움은 너무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롤백을 단행하면 브릿지, 스테이블코인, L2, RWA(실물자산 토큰화) 등 다양한 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투자사 시나 21st 캐피털(Sina 21st Capital)은 “이더리움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체인을 롤백하면 탈중앙화의 근간을 흔들고, 롤백하지 않으면 해커가 14억 달러를 보유한 채 생태계 내부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킹 소식이 전해진 후 이더리움 가격은 3% 하락하며 2,600~2,800달러 사이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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