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물가 위험보다 정치·관세전쟁 등에 성장 하방위험 더 커”
“한은 올해 2∼4차례 인하, 연준 동결하거나 1∼2차례”…전망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0%대로 추락한 분기 성장률과 여전히 1.430원을 웃도는 원/달러 환율 가운데 어떤 불을 먼저 끌지 25일 결정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같은 날 국내 정치 불안과 관세 등 미국 정책 위험을 반영해 당초 1.9%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 안팎까지 크게 낮출 경우, 금리 역시 0.25%포인트(p) 내려 경기 부양을 지원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 등에 금리 인하를 머뭇거리는데 한은만 계속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커져서 환율과 물가가 뛰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 7명 중 6명 “0.25%p 인하로 경기 하강에 대응해야”
23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명이 이달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하(연 3.00%→2.75%)될 것으로 예상했다.
계엄 등의 여파로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0.1%에 머문 데다 올해 트럼프발 관세전쟁 충격까지 더해지는 만큼, 서둘러 금리를 낮춰 민간소비·투자 등 내수라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논리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성장 하방 압력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한은이 금리 인하로 경기 리스크(위험)에 대응할 것”이라며 “물가의 상방 리스크보다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훨씬 더 강하다”고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환율은 정치 안정되면 떨어질 것…부동산·대출 자극 가능성도 적어”
현시점에서는 물가, 환율 위험보다 경기 위험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한은은 원화 약세와 국내 경기 부양 사이에서 적절한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미국 달러 강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인 만큼, 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를 자극하기보다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은 미국과 금리 격차보다 정치 등 국내 악재가 더 크게 반영된 결과”라며 “앞으로 정치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하면 2월 금리 인하가 환율 상승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선임연구원 역시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기보다 안정을 찾고 있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환율은 추가로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계대출에 다시 불을 붙일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그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경우 유동성과 별개로 일부 지역은 오르고, 일부 지역은 미분양 등에 어려움을 겪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으로 부동산·가계부채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11월 기준금리가 인하됐지만 시중 은행의 대출금리는 떨어지지 않았다”며 “이처럼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 측면에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가계대출을 자극할 것이라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 일부 “환율 여전히 높고 금리인하 경기부양 효과도 의문” 지적도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미국 연준의 인하 속도 조절,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환율·물가 불안 가능성 등을 근거로 동결을 예상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등을 근거로 연준은 금리 인하 필요성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국 역시 환율 상승 효과로 물가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도 1,430원대에서 안정됐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고환율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부담스러운 국면으로, 만약 인하로 환율이 1,500원을 넘으면 기업들이 쓰러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인하 전망에 무게를 두면서도 “만약 미국이 계속 금리를 안 낮추면, 현재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상당히 큰 상황에서 환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아울러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한다지만, 그 나라들은 현재 금리 수준이 미국보다 높거나 비슷하다”며 “하지만 현재 미국보다 낮은 한국의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면 외환시장과 물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금리 등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의 효과 자체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강 교수는 “금리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는 일시적이고,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이 더 크다. 경기가 나쁘다고 구조적 문제 해결이 아닌 단기 처방으로 계속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예를 들어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사람들이 빚을 갚느라 소비를 줄이고, 결국 중장기적으로 경기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장 선임연구위원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어느 하나만으로 경기를 살리기 어렵고, 같이 해야 한다”며 “현재 트럼프 정부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데, (국내에서) 금리만 내리고 돈을 푼다고 경기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올해 한은 최종 기준금리, 2.00∼2.50%…연준은 동결 가능성도”
한은의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와 폭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엇갈렸다. 그만큼 올해 경기나 미국 통화 완화 속도 등의 주요 변수에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일부 환율 상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외 경상수지가 비교적 견조하기 때문에 중립 금리의 하단 수준까지 금리를 낮춰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2월을 포함해 한은이 올해 0.25%p씩 모두 네 차례, 총 1.00%p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연말 최종 금리가 2.00%까지 낮아진다는 뜻이다.
박 이코노미스트, 안 선임연구원은 올해 모두 세 차례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가 2.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2월 이후 인하 시점을 각 5월과 7월, 5월과 8월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 연구위원과 강 교수, 안 연구위원은 올해 인하가 두 차례에 그쳐 2.50% 이후 동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안 연구위원은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은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집행 시점에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이 5월 추가로 내린 뒤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 역시 2월 이후 5월을 가장 유력한 인하 시점으로 지목했다.
미국 기준금리의 경우 올해 동결 또는 1회 인하 전망이 많았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인상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 연준은 인하보다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교수도 연준이 올해 한 차례도 내리지 않을 가능성을 거론했고, 장 선임연구위원 역시 “물가가 생각보다 많이 내리지 않는 만큼 연준도 한 차례 내릴까 말까 그런 상황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연준도 트럼프의 정책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올해 중반에 한 차례만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본부장과 안 연구위원, 안 선임연구원은 모두 연준의 연내 0.25%p씩 2회 인하에 무게를 뒀다.
shk999@yna.co.kr, hanjh@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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