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켄 그리핀이 이끄는 시장 메이커 시타델 증권(Citadel Securities)이 트럼프 행정부의 친 암호화폐 정책으로 디지털 자산 사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 하에 암호화폐 유동성 공급자로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수적 입장에서 적극적 확장으로 전환
시타델은 그동안 미국 내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거래소에서는 시장 조성 활동을 피해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과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지지가 커지면서 시타델은 암호화폐 유동성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타델이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크립토닷컴 등 주요 거래소의 시장 조성자 리스트에 포함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초기에는 미국 외 지역에 암호화폐 시장 조성 팀을 구축할 계획이며, 향후 규제 상황에 따라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관 전용 거래소 EDX 마켓스의 성공적인 출범
시타델은 이미 암호화폐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2023년, 찰스 슈왑,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와 협력해 기관 전용 암호화폐 거래소 EDX 마켓스를 설립했다. EDX 마켓스는 주식 및 채권 시장과 유사한 자산 보관 및 결제 방식을 채택해, 개인 투자자 대신 기관 고객에게만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2022년 FTX 붕괴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시장 조성, 보관, 거래 기능을 분리하지 않아 이해상충 및 자금 유용 문제가 발생했던 것에 대한 반성으로, 기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 암호화폐 산업 성장 촉진 의지
시타델의 이번 결정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친화적인 정책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을 “지구상 최고의 암호화폐 허브”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며, 취임 직후 디지털 자산 관련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온 헤스터 피어스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규제 완화 움직임에 힘입어, 시타델은 주식, 옵션,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 기존 자산군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유동성 공급자로서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경쟁사와의 차별화 전략
그동안 경쟁사인 제인 스트리트와 점프 크립토는 암호화폐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제인 스트리트는 2017년부터 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했으며, 점프 크립토는 독자적인 암호화폐 부서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3년 미국의 강력한 규제 단속으로 인해 두 회사 모두 미국 내 암호화폐 거래를 축소했으며, 두바이, 싱가포르, 홍콩 등 규제가 완화된 지역으로 진출했다. 이와 비교해, 시타델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략을 취해왔으나, 현재는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전환을 준비 중이다.
규제 명확화가 관건
시타델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 계획은 앞으로의 규제 변화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타델은 미국 규제 당국이 명확한 디지털 자산 투자 규칙을 제시할 경우, 암호화폐 유동성 공급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기관 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시장 참여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인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