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의 대형 마켓메이커 시타델 증권(Citadel Securities)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온 시타델이 암호화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2월 22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시타델이 △바이낸스(Binance) △코인베이스(Coinbase) △크립토닷컴(Crypto.com) 등 글로벌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마켓메이커 역할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초기 팀은 미국 외 지역에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암호화폐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업계는 정책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시타델이 실제로 마켓메이커로 적극 나설지는 앞으로 몇 달간의 규제 환경 변화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규제가 명확해지면 시타델 증권은 암호화폐를 다른 자산군과 동일하게 취급하며 매매 및 유동성 공급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동안 시타델은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직접적인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타델 증권은 암호화폐 산업과 완전히 거리를 둔 것은 아니다. 2023년 6월 △찰스 슈왑(Charles Schwab)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Fidelity Investments)와 협력해 기관 전용 암호화폐 거래소인 EDX 마켓(EDX Markets)을 출범시킨 바 있다.
과거 시타델은 테라폼랩스(Terraform Labs)와 협업한 이력도 있다.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였던 권도형 전 CEO는 2022년 5월 USTC(테라클래식USD)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붕괴 원인으로 시타델 증권을 지목하며, 이들이 의도적으로 대량 공매도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테라폼랩스는 이에 대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시타델은 단 두 건의 테스트 거래만 진행했으며 총 거래 규모는 0.13달러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해당 소송은 무위로 돌아갔다.
시타델의 모회사인 헤지펀드 시타델(Citadel)은 1990년 켄 그리핀(Ken Griffin)에 의해 설립됐으며, 현재 630억 달러(약 83조50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중 하나다.
시타델 증권은 2002년 출범해 1600개 이상의 기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 2022년 1월에는 암호화폐 전문 벤처캐피털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과 패러다임(Paradigm)이 시타델 증권에 총 11억5000만 달러(약 1조5200억 원)를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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