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중국에서 딥시크 인공지능(AI) 모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저사양 칩 주문을 늘리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2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텐센트·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이 딥시크의 ‘가성비’ AI 모델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엔비디아의 H20 칩 주문을 “상당히 늘렸다”고 전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따라 저사양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다른 소식통은 헬스케어·교육 분야의 비교적 작은 기업들도 딥시크 모델 및 엔비디아 H20 칩을 갖춘 AI 서버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자금력이 풍부한 금융·통신 기업만 AI 컴퓨팅 시스템을 갖춘 서버를 샀던 것과 다른 흐름이다.
H20 주문 증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우려가 반영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지난달 29일 소식통을 인용해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H20 칩 제품으로 수출 통제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그런 만큼 중국 기업들로서는 재고 확보에 나설 유인이 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그보다 딥시크 영향에 무게를 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들의 H20 주문 증가는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을 보여주며, AI 칩 수요 둔화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화이트오크 캐피털파트너스의 노리 시아우는 “딥시크 모델 출시 당시 많은 사람이 연산 능력 수요가 정체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오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더 발전된 AI 모델들이 일상생활에 더 깊게 결합했고 추론 수준의 연산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봤다.
다만 소식통들은 중국 기업들의 구체적인 주문 규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고, 엔비디아 측도 중국 기업들의 H20 수요 규모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앞서 딥시크는 지난달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미국 빅테크 모델보다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도 성능은 비슷한 AI 모델 ‘R1’을 선보였다.
딥시크 여파로 엔비디아의 고가 칩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달 27일 16.97% 급락해 118.42달러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주가는 반등해 다시 130달러대로 올라선 상태다.
엔비디아는 26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지난해 엔비디아의 H20 인도량이 100개 정도로 120억 달러(약 17조원) 수준으로 추산한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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