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는 업소들이 전세계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트코인 소유자들의 다수는 비트코인을 투자 목적으로 구매, 보유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경제가 안정된 선진국의 경우 비트코인은 지급 수단 보다는 가치 저장 및 투기 수단으로 선호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트코이니스트 최근 보도에 따르면 4월 16일 현재 비트코인을 받는 업소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1만4519개로 파악됐다. 또 비트코인 ATM 숫자는 지난해 두 배 증가, 4000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비트코이니스트는 이 같은 수치가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원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비트코인 ATM에서 8% 가산금을 주고 비트코인을 구매해 샌드위치를 사는 데 사용할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베네수엘라처럼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는 일부 국가에선 비트코인을 현금 대신의 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선진국의 경우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비트코인이 주로 투기 또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이니스트는 이 같은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비트코인 친화적 도시를 표방한 네덜란드 아른헴(Arnhem)의 사례를 인용했다.
“비트코인 경제를 창조함으로써 현재 금융 시스템의 대안이 있음을 증명한다”는 목표를 내건 아른헴에는 호텔, 음식점, 의류와 주류 판매점 등 약 114개의 업소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이 도시에서는 사실상 비트코인만 있으면 현금이나 신용 카드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2014년 아르헴의 비트코인 실험이 시작된 이후 이 도시에서의 비트코인 결제는 몇 년간 감소세를 나타냈다. 2019년의 경우 비트코인을 이용한 트랜잭션은 50건을 밑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트코인 결제 감소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비트코인 사용자는 비트코이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에) 아르헴에서 아주 멍청한 짓을 했다는 느낌이다. 나는 비트코인을 주고 30달러 하는 T셔츠를 구입했다”면서 “그리고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치솟았다. 돌아보면 T셔츠 구입에 1000달러 정도 지불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이니스트는 신용카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는 선진국에서는 비트코인을 구매해 보유하는 호들링(HODLing) 전략이 현재로서는 유효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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