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암호화폐 관련 법적 조치를 대거 철회하거나 중단하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1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낸스(Binance)와 코인베이스(Coinbase) 등 주요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포함된 이번 소송 철회 결정은 규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SEC는 지난 한 달 동안 최소 8건의 암호화폐 관련 법적 조치를 중단하거나 철회했다. 2023년 중반에 하루 차이로 제기된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에 대한 소송, 로빈후드(Robinhood), 유니스왑(Uniswap), 오픈시(OpenSea) 등을 대상으로 한 법적 조치 등이다.
규제 완화, 업계의 반응은 엇갈려
SEC의 방향 전환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전 SEC 위원장이 물러난 후 본격화됐다. 겐슬러의 후임으로 폴 앳킨스(Paul Atkins) 전 SEC 위원이 지명되었으며, 공식 임명 전까지 마크 우예다(Mark Uyeda)가 임시로 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씨티그룹(Citigroup) 전략가 알렉스 손더스(Alex Saunders)는 “규제 명확성이 높아지면서 암호화폐 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신뢰를 구축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규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 SEC 법률 고문 존 리드 스타크(John Reed Stark)는 “SEC의 가장 성공적인 법 집행 프로그램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상상조차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기업, 미국 시장 재진입 가속화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강경한 규제 정책으로 인해 해외로 빠져나갔던 암호화폐 기업들은 이제 미국 시장으로 돌아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플 랩스(Ripple Labs)은 1월 기준 신규 채용의 75%를 미국에서 진행했으며, 로빈후드는 SEC 소송으로 인해 거래를 중단했던 솔라나(Solana)·카르다노(Cardano) 등의 암호화폐 거래를 재개했다.
SEC는 또 ‘밈코인(memecoins)’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단순히 유머나 인터넷 트렌드에서 탄생한 코인은 증권으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월 출시한 밈코인의 가치가 한때 15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80% 폭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SEC의 새로운 방향,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은?
SEC는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사이버 및 신흥 기술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새로운 암호화폐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새로운 정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자유로운 혁신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면서도 “시장 조작과 사기 행위에 대한 강력한 감시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SEC의 변화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역할을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 CFTC 위원장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J. Christopher Giancarlo)는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시장 조작이나 사기 행위에 대한 집행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규제 완화로 인해 성장이 기대되는 한편, 새로운 규제 체계가 어떻게 자리 잡을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