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100건 제기됐지만 대부분 효력 유지…”당초 예상보다 소송건수 적어”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부터 쏟아내고 있는 행정명령의 상당수가 법원의 제동 없이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서명한 75건 이상의 행정명령에 대해 약 100건의 소송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법원은 대부분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매사추세츠연방지방법원이 연방 공무원의 희망퇴직 프로그램과 관련한 행정명령이 불법이라는 노조의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공무원의 대규모 감원이라는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첫 단계인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워싱턴DC 연방지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국제개발처(USAID)의 해외 원조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임시명령을 내렸지만, 연방대법원에서 보류됐다.
법원이 원고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불법체류 외국인의 자녀에게 출생시민권 부여를 막는 것과, 성전환자 대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처벌하는 행정명령 등 소수에 불과하다.
이처럼 법원이 원고 대신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는 행정명령을 일시 중단하기 위한 법적 기준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원고 측이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판결이 날 때까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판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행정명령을 중단시키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더기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도 치밀한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 등 트럼프 1기 행정부를 보좌했던 참모들이 수년간 행정명령을 준비했다고 WSJ은 전했다.
밀러 부실장은 행정명령 작성을 주도했고, 데이비드 워링턴 백악관 법률고문 등 변호사들의 법률 검토를 거쳤다.
대선 캠프의 연설문 담당이었던 빈스 헤일리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과 공개 발언을 정리, 행정명령으로 정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중포화’ 식으로 수많은 행정명령을 한꺼번에 발표하는 것도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소속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 빠르게 많은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무엇을 공격해야 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도전에 야당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원래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행정명령을 몇주에 걸쳐 분산해서 발표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한 많은 행정명령에 즉시 서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량으로 쏟아낸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반대파를 압도함에 따라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도 당초 예상보다 적게 제기됐다는 것이 백악관의 입장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수의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소송 건수는 그리 많지 않다”며 “이 같은 현상을 감안한다면 향후 법원도 행정명령의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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