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잠재적 암호화폐 전략적 비축 대상으로 엑스알피(XRP) 등 일부 알트코인을 언급한 것은 궁극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전략 비축을 성사시키기 위한 협상용 발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코인데스크가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과거 부동산 사업으로 큰 돈을 번 트럼프는 부동산을 매매할 때 처음에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한 뒤 협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목표 가격을 얻어내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디지털 자산의 전략 비축에 있어서도 진짜 목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며 엑스알피(XRP)등 알트코인은 단지 협상을 위한 도구라는 분석인 셈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지난 주말 비트코인, 이더리움, 엑스알피(XRP), 솔라나, 카르다노 5개 암호화폐를 잠재적 전략 비축 대상으로 언급한 뒤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과 함께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됐다.
암호화폐의 전략적 비축은 의회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미국 정부의 비용 절감 및 부채 축소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잠재적 전략 비축 대상으로서 엑스알피(XRP), 솔라나, 카르다노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이어졌다.
비판과 정치적 부담… “엑스알피(XRP) 등 포함, 내부 거래 의혹 초래할 것”
비트와이즈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제프 박 알파 전략 책임자는 “엑스알피(XRP)와 같은 알트코인을 포함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용 사례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알트코인을 국가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면 내부 거래 의혹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설령 이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조만간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유일한 가치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분석가들은 트럼프가 알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에 포함시킨 것은 협상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마렉스 솔루션즈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 일란 솔롯은 고객 노트에서 “트럼프는 엑스알피(XRP), 솔라나, 카르다노를 포함한 전략적 비축을 주장함으로써, 비트코인(그리고 아마 이더리움)을 포함시키기 위한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 신규 비트코인 매입 가능성 낮아… 이더리움·알트코인은 더 불확실
솔롯은 미국 정부가 이미 압류한 디지털 자산을 보유할 가능성은 있지만, 새롭게 비트코인을 매입할 확률은 50% 미만이라고 내다봤다. 이더리움 구매 가능성은 소폭 존재하지만, 알트코인의 경우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엑스알피(XRP)와 카르다노가 국가 전략적 자산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판론자들은 “엑스알피(XRP)와 카르다노는 아직 실제 세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금융 활동을 지원하는 이더리움과 솔라나에 비해 실질적인 유용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CME(시카고상품거래소)가 엑스알피(XRP)와 카르다노 선물 상품 상장 계획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반대론의 근거로 제시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기 전, CME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선물 ETF를 먼저 승인했으며, CME의 시장 감시 시스템을 신뢰해 가격 조작 우려를 해소한 바 있다.
“트럼프 발표에 대한 시장 반응은 3단계로 진행… 지나친 기대 경계해야”
암호화폐 유동성 공급업체 아우로스(Auros)의 제이슨 앳킨스 최고 사업 책임자는 트럼프의 발표에 대한 시장 반응은 항상 3단계로 진행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첫 번째 단계는 루머, 두 번째는 과장된 공식 발표, 마지막으로는 치열한 협상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은 과장된 약속과 비현실적인 요구를 특징으로 하며, 이는 시장 심리를 단기적으로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 역시 이러한 패턴을 따르며 시장에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결국 현실적인 협상 과정이 시작되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앳킨스는 “의회의 승인 문제와 실제 자금 흐름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은 이번 발표가 구조적인 변화인지, 아니면 단순한 투기적 변동성 사이클의 일부인지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