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주요 암호화폐의 전략적 비축을 추진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획에 대해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큰 관심과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코인메트릭스 공동설립자이자 캐슬 아일랜드 벤처스의 파트너 닉 카터는 4일(현지 시간) 코인데스크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암호화폐의 전략적 비축이 암호화폐와 미국 정부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며 8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코인데스크에 보도된 카터의 글을 정리해 소개한다.
1. 쉽게 실행한 정책은 쉽게 뒤집힌다
트럼프가 의회의 승인 없이 행정명령만으로 암호화폐 비축을 추진한다면, 다음 행정부에서 쉽게 이를 뒤집을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 만약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한꺼번에 매도한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2. 글로벌 기축통화 발행국이 스스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달러라는 세계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다. 만약 정부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 시스템의 일부로 고려한다면, 이는 투자자들에게 “미국이 달러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그 결과, 국채 시장과 달러 가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미국의 금융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3. 미국은 이미 충분히 비트코인에 노출되어 있다
미국의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비트코인이 상승할 경우, 투자자들이 이를 현금화하면서 미국 정부는 양도소득세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비트코인을 매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애플이나 엔비디아 주식을 정부가 매입하지 않는 것처럼, 비트코인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부가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4. 암호화폐는 전략적 비축 자산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원유, 희귀 광물, 의약품 등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자산을 전략적으로 비축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러한 실질적인 필요성이 없다. 일반 국민들이 생계를 위해 비트코인을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며, 현재 금융 시스템에서 반드시 필요한 자산도 아니다. 따라서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을 이유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5. 비트코인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비축’을 추진하면서 리플(XRP), 솔라나(SOL), 카르다노(ADA) 등 다양한 암호화폐를 함께 보유할 경우, 비트코인의 독보적인 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 비트코인은 공급이 제한된 유일한 암호화폐이며, 다른 자산과 차별화된 탈중앙화 특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다양한 암호화폐를 함께 보유할 경우, 비트코인과 기타 암호화폐를 동급으로 취급하게 되어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위치를 흔들 수 있다.
6. 비트코인은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비트코인은 2009년 탄생 이후 정부의 개입 없이 자연스럽게 성장해왔다. 오히려 각국 정부의 규제와 견제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정부가 비트코인을 비축하면, 이 자산은 더 이상 ‘정부와 독립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잃을 수 있다.
7. 미국 국민들이 비트코인을 반대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보유한 국민은 전체의 5~20%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비트코인 보유자의 상당수는 이미 암호화폐 투자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암호화폐를 매입하면, 비트코인을 보유하지 않은 다수의 미국인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비트코인 커뮤니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
8. 트럼프 행정부의 사익 추구로 비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다양한 암호화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직접 NFT 프로젝트를 런칭했고, 솔라나 기반 밈코인에도 연관되어 있으며, 암호화폐 관련 금융사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과도 연결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비축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는 공공의 이익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암호화폐 비축을 이유로 시장 개입을 한다면, 이는 정치적인 리스크를 증대시키고 향후 행정부가 정책을 뒤집을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