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미국 경제 지표 악화와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언이 촉발한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트럼프발 경제 침체’, 이른바 ‘트럼프세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중론이지만, 최근 발표된 지표들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2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같은 기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시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신호다.
# 미국 경제 지표 부진…소비와 제조업 타격
미국 경제 지표 곳곳에서도 파열음이 들린다. 1월 미국 소비자 신뢰 지수는 3년 반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소매 판매는 거의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제조업 활동 지표에서도 신규 주문과 고용이 급감했다.
혼란스러운 정책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의 지출도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스트 반 레인더 반란숏 캠펜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수석 투자 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지만, 성장 둔화는 현실”이라며 미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국채 비중을 늘렸다고 밝혔다.
경제전망치도 급격히 악화됐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Now 모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의 연율 성장률 전망치는 일주일 만에 +2.3%에서 -2.8%로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이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무역 전쟁이 지속될 경우 성장 위험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발 경제 침체’우려…금리 인하 압박 증가
문제는 관세로 촉발된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20%로 두 배 인상되자 중국은 오는 3월 10일부터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해 101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유럽 역시 관세 인상의 영향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부과한 새로운 관세가 향후 미국 경제 성장률을 0.71.1%p 낮추고, 캐나다와 멕시코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캐나다 상공회의소의 캔디스 레잉 CEO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미국과 캐나다를 경기 침체와 일자리 상실, 경제 재앙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SEB의 마르쿠스 비덴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트럼프발 경기 침체(Trumpcession)’라는 신조어를 사전에 추가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도 증가하고 있다. 시장은 올해 말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75b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지 라가리아스 포비스 마자르스 수석 경제학자는 “채권 시장은 이미 경기 둔화, 나아가 경기 침체까지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약세를 이유로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4월에도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 헤지펀드 주식 매도 중…고용보고서 ‘주목’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지표가 개선된다고 해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주식 시장에 대한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골드만삭스는 헤지펀드들이 글로벌 주식 매수에서 매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시장은 이번 주 금요일에 발표될 미국의 고용 보고서에 주목하고 있다. 롬바드 오디에의 사미 샤르 수석 경제학자는 “현재의 경제 사이클은 소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고용 시장이 무너지면 경제도 무너질 것”이라며 “연준이 이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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