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이번 사이클의 최고점에서 30% 하락하며 시장 심리가 ‘극단적 공포’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글로벌 유동성 트렌드는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의 경제 환경에서 통화 공급은 자산 가격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글로벌 유동성과의 장기 상관계수가 0.94에 이를 정도로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 전문가들이 유동성을 근거로 2025년 비트코인 상승을 전망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 글로벌 유동성이란?
글로벌 유동성은 국제 금융 시스템 전반에서 자금과 신용의 가용성을 의미한다. 이는 자본 흐름, 투자, 자산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중국인민은행(PBoC), 일본은행(BoJ)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금리와 통화 정책을 통해 이를 조정한다.
글로벌 유동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는 글로벌 M2가 있다. 글로벌 M2는 △현금 △당좌 및 저축 예금 △머니마켓 계좌 △10만 달러 이하의 소액 정기 예금을 포함하며, 달러로 표시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소비, 투자, 대출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의 총량을 나타내며,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과 신용 창출 속도를 측정하는 데 유용하다.
# 글로벌 M2와 자산별 반응 차이…주식>금>채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투자자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자금을 투입한다. 반대로 유동성이 축소되면 안전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주식은 유동성이 증가할 때 강세를 보인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S&P 500 지수는 글로벌 유동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그러나 주식은 유동성 외에도 △기업의 수익 △배당금 △연금 자금의 유입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미국 주식의 경우, 401(k) 같은 연금 계좌를 통한 구조적인 자금 유입이 있어 유동성에 덜 민감하다. 금은 유동성이 증가하고 달러가 약세일 때 강세를 보이지만, 동시에 안전 자산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채권 역시 금리, 경제 성장률, 안전 자산 선호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동성과의 상관관계가 낮다.
# 비트코인과 글로벌 유동성의 상관관계 0.94
다른 전통 자산인 주식, 금, 채권과 달리 비트코인은 유동성과의 상관관계가 비교적 순수하다. 이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통화 발행 속도와 달러의 상대적 강도를 반영하는 거울과 같다는 의미다. 린 알덴과 샘 캘러한의 연구에 따르면 2013년 5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비트코인 가격과 글로벌 유동성(M2) 간의 상관계수는 0.94에 달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유동성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비트코인, 반감기보다 M2 통화량에 더 민감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반감기보다 글로벌 유동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M2가 급격히 증가한 시점은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을 찍기 직전 △2021년 정점 직후였다. 이는 유동성 공급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중요한 동력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글로벌 M2의 월간 증가율이 비트코인 가격에 미친 영향이다. 201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M2가 가속화될 때 비트코인의 월간 평균 상승률은 3% 높았다. 반면, M2가 둔화될 때는 상승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이는 연간 M2 증가율보다 월간 증가율의 가속과 둔화가 비트코인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또한, 일부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유동성 변화가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약 10주(70일)의 시차가 존재한다. 이는 유동성 변화가 즉각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 2025년 유동성 확장에 주목하는 이유
2025년 초 이후 글로벌 M2는 102조 달러에서 107조 달러로 3.8% 증가했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유동성 변화가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약 60~70일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이 4월쯤 바닥을 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미국은 2월 25일 부채 한도를 4조 달러 추가로 상향 조정하며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예고했다.
중국은 최대 1790억 달러 규모의 초장기 특수 국채와 추가로 690억 달러의 특수 국채를 발행해 은행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유로존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전망과 함께 독일 정부가 ‘부채 제한’ 개혁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개혁이 실현될 경우, 국방과 인프라 분야에 최대 1조 달러 이상의 대규모 지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요국 유동성 확장과 맞물려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 자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스테로이드 맞은 금’ 비트코인 될 수도?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 라울 팔(Raoul Pal)은 글로벌 M2 통화 공급이 확장될 것으로 전망하며, 비트코인의 강한 반등 가능성을 시사했다. 라울 팔은 2016~2017년의 M2 통화 공급 차트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의 시장 변동에 당황할 필요가 없다”며, 글로벌 유동성 확장이 비트코인 반등을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 패턴이 반복된다면, 7만 달러까지 하락한 후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의 연구 디렉터인 크리스 쿠이퍼(Chris Kuiper)는 미국 경제가 1970년대와 유사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피델리티의 보고서는 비트코인은 이러한 환경에서 ‘스테로이드 맞은 금’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1977년 이후 3년간 금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전례를 들어, 비트코인 역시 비슷한 가격 급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글로벌 유동성의 확장은 비트코인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주요 리스크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글로벌 유동성 지표와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 평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