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지난해 역대급 호황을 보였던 미국 증시가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한 관세 행보에 하락세를 보이면서 서학개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해외주식인 테슬라 주가는 연초 이후 34.8%나 급락했다. 올해 초만하더라도 1주당 400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200달러 중반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선거 이후 상승분의 96%를 반납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중국 비야디(BYD)에 글로벌 판매량이 밀리며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학개미의 또다른 최애 종목인 엔비디아 주가도 올 들어 17.7%나 하락했다. 최근 저비용·고성능을 앞세운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엔비디아의 독점 구도가 완화될 것이란 관측에 한 달 만에 시가총액이 6000억 달러가 증발했다.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우하향하며 조정을 겪고 있다.
지난해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불패신화를 써갔다. 개미투자자들도 국내 시장에서 짐을 싸 미국 증시로 대거 이주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는 약 16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20%가 넘는 수익률을 보였던 뉴욕 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탠다드푸어스(S&P)500는 올 들어 2.4%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월 말 보다 7.5%나 떨어졌다. 딥시크 충격으로 미국 대형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7(M7)’이 급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주가도 타격이 컸다.
특히 지난 6일에는 트럼프의 관세 불확실성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기술주 투매로 대응하면서 나스닥은 2.61% 하락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최대 폭이다.
해외 종목 토론방에는 ‘테슬라 수익률 -20% 지금이라도 손절할까요’, ‘미장이 트럼프 때문에 다 망했다’, ‘수익률이 34%까지 올랐다가 한 달 만에 계좌가 녹았네요’, ‘바닥이 어디인가요,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됐다’, ‘지금이 오히려 추가 매수 기회다’ 등 처참한 수익률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의 푸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이 미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 중 상당수에 관세 25%를 한 달 가량 유예키로 결정했지만 투심은 더 위축된 모습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뉴욕 증시는 관세 정책과 관련된 혼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며 하락했다”면서 “시장은 오락 가락을 반복하는 미 정부의 무역 정책에 더욱 경계감을 표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와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도 미 증시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을 기록해 침체 우려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정책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 더해지며 스태그플레이션 내러티브가 형성됐고 누적됐던 밸류에이션 부담이 하락 속도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