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언한 대로 무차별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전모는 지난해 11월 허드슨 베이 캐피탈이 발간한 보고서(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에 담겨 있는데요.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 지명자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이 작성한 것입니다.
미란 보고서는 4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1) 트리핀(Triffin) 딜레마 2) 관세의 경제학 3) 다자간 통화 협상 4) 향후 시장 대응법으로 구성 돼 있습니다.
미란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무역정책을 국방 정책, 통화 정책으로 확장해 설명합니다. 미란은 4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어떤 경우이건 암호화폐(비트코인)와 금(골드) 등 대체 준비 자산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란 보고서 전문을 요약했습니다.
트리핀 딜레마 : 경제적 불만의 근원은 달러에 있다
우리는 트리핀 월드(Triffin World 로버트 트리핀(Robert Triffin, 1911~1993)은 벨기에 출신 경제학자로 기축통화 시스템의 모순을 최초로 제기한 학자. 편집자 주)에 살고 있다.
여기서 모든 경제 문제가 발생한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속적인 과대평가(overvaluation)와 비대칭적인 무역 조건에서 불만이 생긴다.
달러의 이러한 과대평가는 미국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켜 미국 제품의 가격을 높인다. 반대로 수입품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여 무역 적자를 심화시킨다.
그 결과 미국 내 제조업이 쇠퇴하고 공장이 문을 닫으며, 이에 따라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된다.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많은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거나, 생활 터전을 떠나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사회의 기반 시설이 쇠락하고, 주택 및 공장들이 방치되며, 많은 지역들이 ‘황폐화(blighted)’ 상태에 빠지게 된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차이나 쇼크(China Shock)’로 인해 미국 내 60만~1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더 넓은 범주까지 포함하면, 무역으로 인해 손실된 일자리는 약 200만 개에 달한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지도자들은 산업 기반의 감소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적·군사적으로 미국의 위협이 되는 현재에는 제조업 기반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즉, 무기 및 방위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공급망이 없다면, 국가 안보를 유지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철(철강)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If you don’t have steel, you don’t have a country)”고 한 발언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과연 위급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를 보호하는 데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많은 동맹국들이 중국과 더 많은 무역 및 투자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가 닥쳤을 때 이들이 미국의 편에 설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달러의 과대평가가 불러오는 문제들
국제 통화 시장은 이론적으로는 무역 균형을 맞추기 위해 통화 가치가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즉, 한 국가가 지속적인 무역 흑자를 기록하면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승하여 결국 수출이 둔화되고 무역 균형이 회복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reserve currency)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정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에 따르면, 미국이 기축통화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즉, 달러를 전 세계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계속해서 외국 제품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더욱 악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심각한 경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경제적 영향(Economic Consequences)
현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미국이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은 세 가지다.
1) 저렴한 차입 비용 (Cheaper Borrowing)
미국 국채(U.S. Treasury securities)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스위스,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미국보다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어, 기축통화국 지위가 반드시 미국의 차입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지적된다.
2) 달러의 과대평가(Richer Currency)
IMF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약 12조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foreign exchange reserves) 중 60% 이상이 미국 달러다.
이로 인해, 미국 달러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과대평가되어 미국의 수출이 저하되고 수입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는 ‘안전자산(Safe-haven asset)’으로서 달러 가치가 더욱 상승하며, 제조업 및 수출 기업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3) 글로벌 금융 패권 (Financial Extraterritoriality)
미국이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국제 금융 시스템을 이용한 경제 제재를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스위프트(SWIFT) 시스템에서 특정 국가를 차단하거나,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제 제재를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금융 패권은 군사적 개입 없이도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무역과 안보의 연계 (The Core Tradeoff)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 남아 있는 것은 수출 경쟁력 감소와 금융 패권 유지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상충하는 요소를 포함한다. 즉, 강한 달러 정책은 금융·군사적 패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미국 내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과 안보 정책을 결합하여 동맹국들이 미국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분담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이 제공하는 국방 보호와 기축통화 지위를 연계하여, 무역 정책을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하는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재편 (Reshaping the Global System)
미국이 현재의 불균형을 해결하려면 일방적인(Unilateral) 접근법과 다자간(Multilateral) 접근법을 조합해야 한다.
일방적인 조치는 신속한 정책 변화가 가능하지만, 금융 시장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 다자간 접근 방식은 안정적이지만,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여 실행이 더딜 수 있다.
관세 정책과 통화 정책을 병행하여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외국 기업들이 더 많은 부담을 지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스티븐 미란은 누구?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은 이 보고서를 쓸 당시에는 헤지펀드 허드슨 베이 캐피탈의 수석 전략가(Senior Strategist)였다.
스티븐 미란은 미국 재무부의 경제 정책 수석 고문(Senior Advisor for Economic Policy)으로 재직하며, 팬데믹 경기 침체 기간 동안 재정 정책(fiscal policy)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재무부 이전에는 10년 동안 투자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MIPR(Manhattan Institute for Policy Research)의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미란 박사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보스턴 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란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됐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