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산주부터 러·우크라 자산 가격도 올해 상승세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종전 전망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유럽 자산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에너지 가격 등 물가 상승 압박이 극심했던 유럽에서는 이제 국방비 지출 증액과 그에 따른 경제 활성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유럽의 안보에서 손을 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유럽이 재무장을 준비하면서 유럽 방산업체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독일 라인메탈, 헨졸트는 트럼프 재선 이후 주가가 배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과 L3해리스는 각각 10% 넘게 하락했다.
유럽 Stoxx 600 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올해 들어 14% 올랐고 독일 DAX 지수는 20% 넘게 상승했으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하락세다.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와 1대 1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유로화는 유로당 1.02달러에서 1.08달러로 올랐다.
러시아 시장에서도 제약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이를 준비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작년 말 급락했다가 올해 들어 달러 대비 25% 올랐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역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러시아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올랐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알루미늄 기업 루살의 주가는 올해 들어 달러 기준 61% 급등했고, 러시아 계열사가 있는 오스트리아 라이파이젠 은행 주가는 39% 상승했다.
러시아 당국은 2022년 개전 이후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거나 중단한 다국적 기업의 복귀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매체들은 코카콜라, 마스터카드, 비자 등이 복귀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우크라이나 자산도 재평가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데이비드 호너에 따르면 달러, 유로화로 표시된 미상환 우크라이나 기업 채권 규모는 총 89억달러(약 13조원)로, 그중에서 에너지나 철도 등 주요 인프라 기업 채권 가격은 올해 들어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일부 국채 가격에도 ‘신속한 평화 가능성’이 반영됐다. 일부 국채는 2028년 우크라이나 국내총생산(GDP)이 2023년보다 25% 증가해야 추가 지급이 가능하다.
물론 이런 시장의 움직임은 실제 종전이 성사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이 외교 참사로 끝난 이후 시장에 반영된 신속한 평화 가능성은 빠르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이목은 미·우크라 회담이 열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쏠리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공격적으로 다루면 종전을 가속할 것으로 믿을지 모르지만, 투자자들은 그렇게 확신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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