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암호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지표 중 하나가 ‘미결제 약정(Open Interest, OI)’이다. 미결제 약정은 선물 및 옵션 시장에서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계약의 총량을 의미하며, 투자자들은 이를 활용해 시장의 강세·약세 흐름을 예측한다.
가격과 거래량과 함께 분석하면 보다 정확한 시장 전망이 가능하지만, 단독으로 해석할 경우 오해할 소지가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미결제 약정의 개념과 활용법, 그리고 한계점을 짚어본다.
# 미결제 약정(OI)이란?
미결제 약정(OI)은 특정 자산에 대한 미체결 계약 수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 투자자들이 아직 정산하지 않은 계약을 뜻한다. 미결제 약정이 증가하면 신규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며, 감소하면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음식점에 비유하면, 특정 식당의 매출이 급증할 경우 주변 식당들은 그 이유를 궁금해할 것이다. 손님들의 결제 영수증을 분석하면 인기 메뉴와 음식거리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결제 약정을 분석하면 특정 암호화폐의 투자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 미결제 약정(OI)과 거래량의 관계
거래량과 미결제 약정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 가격이 변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미결제 약정이 증가하면 시장 내 자금이 계속 머물러 있음을 의미한다.
거래량과 미결제 약정이 함께 증가하면 강한 상승 또는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거래량과 미결제 약정이 함께 감소하면 현재의 가격 추세가 약해지고 방향 전환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일부 분석가들은 반대 방향의 신호를 더 중요하게 본다. 특히, 과도한 공매도(숏) 포지션은 시장 강세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는 공매도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급격한 반등(숏 스퀴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미결제 약정을 활용한 시장 분석
미결제 약정과 거래량을 가격 움직임과 함께 분석하면 강세 및 약세 신호를 찾을 수 있다.
- 가격 상승 + 미결제 약정 증가 → 강세 신호, 신규 자금 유입
- 가격 상승 + 미결제 약정·거래량 감소 → 약세 신호, 숏 포지션 청산으로 인한 일시적 상승 가능성
- 가격 하락 + 미결제 약정·거래량 증가 → 약세 신호, 공매도 세력 증가
- 가격 하락 + 미결제 약정·거래량 감소 → 하락 종료 가능성, 매도세 약화
이처럼 미결제 약정은 시장 참여자의 매매 의도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가격과 거래량과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 미결제 약정(OI)과 거래량의 차이점
미결제 약정과 거래량은 종종 혼동되는 개념이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거래량(Volume)은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거래 수를 의미한다. 반면, 미결제 약정(OI)은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계약 수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A 트레이더가 옵션 10개를 보유하고 있다가 B 트레이더에게 매도했다면, 거래량은 증가하지만 미결제 약정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A가 새로운 계약을 추가로 매수하면 미결제 약정이 증가한다.
즉, 거래량은 단순히 매매가 얼마나 활발한지를 나타내지만, 미결제 약정은 시장 내에서 청산되지 않은 포지션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다.
# 미결제 약정(OI)의 실제 적용 사례
미결제 약정은 실시간으로 변동하며, 특정 이벤트와 함께 분석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2024년 6월 7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5월 고용 증가 수치를 발표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7만2144달러에서 7만668달러로 하락했다. 같은 시기 미결제 약정도 5억 달러 이상 청산되며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변화를 반영했다.
그러다 2024년 12월 26일 비트코인 미결제 약정은 600억 달러, 이더리움은 229억 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이더리움의 미결제 약정이 급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대선 결과에 따른 시장 변화를 기대하고 선물 포지션을 확대했음을 의미한다.
현재 미결제 약정 거래가 가장 활발한 거래소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141억 달러 △바이낸스 139억 달러 △게이트아이오 88억 달러 순이다. 해당 데이터는 코인글래스(CoinGlass), 코이널라이즈(Coinalyze) 등 분석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미결제 약정(OI)의 한계…세력 개입 가능성
미결제 약정은 시장의 유동성과 투자 심리를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대형 투자자의 개입으로 인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기관 투자자나 고래(Whale)들은 미결제 약정을 이용해 시장을 조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큰 규모의 롱 포지션을 열어 상승 기대감을 조성한 뒤, 빠르게 청산하면서 시장 하락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한, 고의로 대량 공매도를 유도한 후 반대 매매를 통해 가격을 급등시키는 숏 스퀴즈 전략이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결제 약정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강세장이나 약세장이 지속된다는 보장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결제 약정은 단독으로 신뢰하기보다 거래량, RSI, 풋/콜 비율 등과 함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 결론
미결제 약정(OI)은 시장 내 자금 흐름과 투자 심리를 반영하는 핵심 지표다. 그러나 이를 단독으로 신뢰하기보다 거래량, RSI, 풋/콜 비율 등과 함께 분석해야 보다 정확한 시장 예측이 가능하다. 특히, 세력 개입으로 인해 미결제 약정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투자자들은 거래소별 미결제 약정 데이터를 참고하며, 단순한 숫자 해석보다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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