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음에도, 비트코인(BTC)은 제한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대외 무역 정책, 거시경제 불확실성, 기존 매도 압력 등 복합적인 요인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13일 오전 8시35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오전 9시 대비 0.41%(49만8000원) 오른 1억2373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황데이터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는 24시간 전 대비 1.11% 상승한 8만3510달러를 기록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은 약 1억546만달러(약 1532억원)가 청산됐다. 이중 롱(매수) 포지션이 약 57%를 차지했다. 해당 기간 전체 디지털자산 청산 금액은 약 2억6743만달러(약 3880억원)에 이르렀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3.2%)를 소폭 하회했다. 이에 따라 금융 시장에서는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트 메나 21쉐어즈 디지털자산 연구 전략가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격히 높아졌다”며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31.4%로 지난달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도 32.5%로 5배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대감과 달리 비트코인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최근 미국의 경제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비트코인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금융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르신 카즈미에르착 레드스톤(RedStone) 공동창업자는 “EU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보복 관세를 발표하면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적으로 7만5000달러까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분석가 안토니 폼플리아노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라이언 리 비트겟 수석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은 거시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면서도 “제도권 채택 증가, 규제 변화, 유동성 확대와 같은 요인도 가격 변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34점(공포)으로 전날(24점) 대비 큰폭의 상승을 보였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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