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장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 디파이 리포트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시장은 부의 파괴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 흐름이 앞으로 9~12개월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비트코인, 강세장 정점 찍었나?
비트코인은 2025년 2월 한때 7만8258달러까지 하락한 후, 현재 8만 달러 근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2025년 1월을 강세장의 정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는 △ 비트코인 반감기 전 가격 상승 둔화 △ 온체인 데이터 분석에서 장기 보유자의 매도 증가 △ 유동성 감소 등 여러 요소가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더 디파이 리포트는(The Defi Report)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약세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장을 이끌어 왔던 패턴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시장 내 반등 신호가 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4단계로 나눈 시장 흐름… 현재는 ‘부의 파괴’ 단계
암호화폐 시장은 대체로 4단계의 주기를 거치며 움직인다. △초기 강세장 △부의 창출 단계 △재산 분배 단계 △부의 파괴 단계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과거 주기에서도 반복되었다. 디파이리포트는 현재 시장은 ‘부의 파괴’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지난 2025년 1월 시장이 정점을 찍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① 초기 강세장 (2023년 1월~10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시장
2023년 초, 시장은 여전히 FTX 붕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거래량이 줄고, 트위터를 비롯한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활동이 둔화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비트코인(BTC)은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 BTC 가격: 1만6500달러 → 3만3000달러
- 시장 특징: 낮은 거래량,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
- 주요 사건: FTX 붕괴 이후 회복 과정
이 시기를 두고 강세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나, 이미 시장은 새로운 상승 국면을 준비하고 있었다.
② 부의 창출 단계 (2023년 11월~2024년 3월): 폭발적 성장과 과열 현상
2023년 11월부터 2024년 3월까지는 본격적인 강세장이 시작된 시기로, 시장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Solana(SOL) 생태계가 급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 BTC 가격: 3만3000달러 → 7만2000달러
- ETH 가격: 1500달러 → 3600달러
- SOL 가격: 20달러 → 200달러
- 주요 특징: 에어드롭 인기, 벤처캐피털(VC) 투자 증가, ‘밈 시즌’ 시작
이 시기에는 Jito의 에어드롭(2023년 12월 23일)이 Solana 생태계를 다시 부흥시키면서 Pyth, Marinade, Raydium, Orca 등의 프로젝트 가치가 재평가되었다. 또한 벤처캐피털 시장이 극심한 열풍을 맞이하면서 과열 양상이 뚜렷해졌다.
이 시기의 투자자들은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경험을 하면서 큰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 내부에서는 과열 조짐이 서서히 감지되기 시작했다.
③ 재산 분배 단계 (2024년 3월~2025년 1월): 거품 형성 및 대중 투자자 유입
2024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는 시장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로, 대중적인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테슬라 BTC 매수” 같은 화려한 헤드라인이 연이어 등장했고, 유명인들도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 BTC 가격: 7만2000달러 → 9만 달러
- 시장 특징: 신규 투자자 대거 유입, 메타 트렌드 급변, 투기적 투자 증가
- 주요 사건: ‘밈 시즌’ 확산, AI 에이전트 트렌드 등장
시장에서는 ‘WAGMI(We’re All Gonna Make It)’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새로운 메타가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졌으며, 투자자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점점 더 큰 위험을 감수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 흐름은 대중이 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이 정점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강세장의 마지막 국면에서 시장은 과열된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④ 부의 파괴 단계 (2025년 1월~현재): 본격적인 하락장 진입
2025년 1월 이후 시장은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강세장 동안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요소들은 더 이상 가격을 끌어올리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장은 거듭된 반등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주요 특징: 강세 요인 소멸, 투자 심리 위축, 청산 증가
- BTC 가격: 9만 달러 → 8만 달러 부근 유지
- 시장 심리: “더 이상 상승장은 없다”는 분위기 확산
현재까지 ‘시장에 남아있는 부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CeFi(중앙화 금융) 기업들이 이미 축소된 만큼,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파산이나 프로젝트 붕괴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온체인 데이터가 보여주는 약세장 신호
온체인 데이터 분석에서도 약세장 진입 신호가 포착됐다. 대표적으로 △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들의 MVRV 비율 하락 △ 솔라나(SOL) DEX 거래량 급감 △ 신규 토큰 발행 감소 등이 꼽힌다. 특히 솔라나의 경우, 2024년 말까지만 해도 하루 2만 개 이상의 신규 토큰이 발행됐으나 현재는 72% 감소한 상태다.
비트코인의 상승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것은 MVRV 지표와 실현 가격 데이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과거 2017년 강세장에서 MVRV(장기 보유자의 수익성 지표)는 12.5까지 상승했으나, 2021년 주기에서는 동일한 수준을 기록한 뒤, 이번 강세장(2024~2025년)에서는 4.4에 그쳐 과거 대비 35% 수준으로 낮아졌다.
예를 들어, 1BTC를 1000만 원에 샀다면 2017년,2021년 주기에는 1억 2500만 원이 될 정도로(12.5배 상승) 크게 올랐지만 2024년 강세장에서는 4400만 원 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비슷하게, 비트코인의 평균 매입 가격(실현 가격)도 비싸지고 있다. 2013년 357달러였으나 2017년에는 5403달러, 21년에는 2만4530달러, 2024년에는 4만3240달러로 올랐다. 이제 비트코인은 단기적인 폭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적 성장이 예상되는 자산이 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강세론자들은 시장 회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글로벌 M2 증가와 유동성 확대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 반등할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요인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 어디서 위험이 터질 것인가?
이제 궁금한 것은 사이클 마지막 단계를 이끄는 트리거는 무엇이 될 것인가다. 과거 사이클에선 테라 루나(Terra Luna,UST 붕괴)를 시작으로 쓰리 애로우 캐피탈(Three Arrows Capital, 3AC) 파산, 블록파이(BlockFi), 셀시우스(Celsius), FTX 등의 연쇄 도산이 잇따랐다.
이번 주기에서는 아직 대형 기업의 파산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앙 금융 기업의 수가 줄어든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붕괴 규모도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장에서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주요 위험 요인은 다음과 같다.
- 거래소 리스크
중소형 거래소(B·C등급)의 경우, 내부적으로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잠재적인 사기를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거래소 붕괴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줬으며, 이번에도 일부 거래소의 문제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
-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
특히 에테나(Ethena: USDe)와 같은 신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레버리지 확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유통 중인 USDe의 가치는 약 55억 달러에 달하며, 이 프로젝트는 고정 가격을 유지하면서 현금과 캐리 트레이드(현물 자산 보유 후 선물 숏 포지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주기에도 유사한 구조(그레이스케일을 통한 레버리지 확장)가 붕괴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Ethena는 중앙화 거래소에 의존하는 구조적 특성상 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이 크며, 만약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시스템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DeFi 핵심 프로젝트인 스카이(구 MakerDAO)가 USDe를 보유 자산 일부로 편입하면서 DeFi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대출 및 담보 청산 가능성
DeFi 대출 시장도 약세장 국면에서 취약한 분야 중 하나다. 대표적인 대출 프로토콜인 에이브(Aave)의 활성 대출 잔액은 여전히 110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며, 이는 2021년 강세장 정점 당시 150억 달러에서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대출 잔액은 잠재적인 청산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에도 강한 하락장에서 대출 담보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시장 충격이 가중됐다. 이번 주기에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형 청산이 일어나면 DeFi 전반에 걸쳐 도미노식 붕괴가 이어질 수 있다.
- 기관 투자자의 대응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한 기관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시장 방향성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다.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는 BTC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추가 매수를 진행해왔으며, 현재까지 부채 관리를 신중하게 해왔다. 하지만 만약 BTC 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이러한 기관들도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보유한 대량의 BTC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추가적인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
# 하락장이 끝나기 전 시장 진입은 위험
전문가들은 부의 파괴 단계에서 섣불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디파이 리포트는 “과거 사이클을 보면 하락장의 끝은 대규모 청산 이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향후 조정이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하락장은 오히려 다음 상승장을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주기에서도 자산 재분배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투자자들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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