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 등 법인 투자자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 참여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원화 입출금이 불가능한 코인 거래소들이 법인 고객 유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를 위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참여 대상 법인, 거래 절차·방법, 공시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권 등 관계 기관도 법인의 디지털자산 회계 처리와 현금화 절차에 대한 실무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인의 디지털자산 투자 방식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은 원화 거래소와 코인 거래소 간 격차가 극심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원화 거래소 거래규모는 약 43조원(99%)에 달한 반면, 코인 거래소는 4600억원(1%) 수준에 불과했다. 이용자 계정 수도 원화마켓이 1790만개인 반면, 코인마켓은 26만개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코인 거래소들이 이처럼 외면받아온 이유는 여러 가지다. 원화 거래소와 달리 직접적인 원화 입출금이 불가능해 이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거래 절차가 복잡한 데 비해 뚜렷한 장점이 부각되지 못했다. 또 유동성이 부족하고 상장된 코인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 꼽혔다. 이로 인해 많은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영업손실을 내고 있으며 일부는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인 투자자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기관과 법인 고객들은 개인 투자자보다 거래 규모가 크고, 보다 장기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연구원은 “국내 대다수 코인 거래소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원화 거래소에 대항해 리테일 거래량을 늘리는 것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법인 대상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코인 거래소들도 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현재 국내 거래소가 개인 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가운데,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법인과 기관 투자자가 유입되면 유동성이 증가하고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거래소들이 법인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거래소 한 관계자도 “법인 거래가 허용되면 시장 유동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향후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급등락 문제도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 역시 초기에는 법정화폐 없이 디지털자산 간 거래만 지원하는 코인마켓 모델로 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이용자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이처럼 코인 거래소들도 법인 고객을 겨냥한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국내 코인 거래소 중 OTC(장외거래) 방식이 적용되는 곳이 있다”며 “법인 고객들은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원화 거래소보다 코인 거래소의 장외 거래를 더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인 거래가 허용된다고 해도 여전히 원화 거래소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코인 거래소 한 관계자는 “리테일 고객이든 법인이든 실명 계정 없이 유입되기는 어렵다”며 “결국 코인 거래소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큰 이유는 코인 거래소가 법정화폐와 직접적인 거래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윤성 연구원은 이에 대해 “법인의 투자 활동은 대부분 법정화폐를 비롯한 전통 자산 클래스를 활용한 움직임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코인 거래소는 디지털자산 간 거래로만 제한된다”면서 “따라서 코인 거래소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법인 전용 스테이킹, 대출, 커스터디(수탁) 등의 서비스 개발이 필수적으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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