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이용자 보호는 곧 산업 보호다. 산업이 무너지면 특정 기업만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주임교수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국내 디지털 자산 거래소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협력과 투명성,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블록체인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업 확장과 혁신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는 반면 한국에서는 블록체인과 토큰 발행을 언급하는 순간 기업들이 규제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며 “결국 활용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박 교수는 이러한 환경이 결국 국내 블록체인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 점점 넓어지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며 “결국 우리가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해외 기업들만 더 성장하게 되고 한국 시장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시장이 규제에 가로막혀 위축되는 사이 해외 시장은 위기가 닥쳐도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박 교수는 최근 2조원대 해킹 피해를 입은 바이비트(Bybit)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사건을 보면 글로벌 시장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낸스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거래소들이 자금을 지원하고, 체이널러시스 같은 분석 기업들이 범죄자 추적에 나서는 등 즉각적으로 대응했다”며 “이런 협력 덕분에 바이비트는 불과 이틀 만에 고객 자산을 100% 복구할 수 있었고, 투자자들의 신뢰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대응은 정반대라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그 원인으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비협조적이고 불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꼽았다. 박 교수는 “지난달 28일 발생한 위믹스 해킹 사건의 경우, 국내 업계에서는 사건 발생 3일 후 해킹 사실이 공지됐다”며 “자구책 공지는 사건 발생 6일 후에야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블록체인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글로벌 표준에 맞는 규제 도입과 업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시장이 고립되지 않으려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고민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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