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박혜진 교수] [블록미디어=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주임교수] 최근 VC들이 토큰펀트를 활용하여 디지털자산 프로젝트에 투자 후, 해당 프로젝트의 가상자산거래소 상장 직후 대량 매도(Exit)를 통해 시장에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가 자주 논란이 됨에 따라 VC가 많이 투자한 토큰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들려온다.
토큰펀드란 무엇인가?
토큰펀드는 벤처캐피털(VC)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전통적인 주식이 아니라 회사가 발행한 토큰(Token)을 통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VC 투자는 스타트업의 지분을 인수하고 일정 기간 후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었지만, 토큰펀드는 투자한 프로젝트가 거래소에 상장되면 곧바로 유동성이 확보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투자 방식은 2017년 ICO 붐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 멀티코인 캐피털(Multicoin Capital), 판테라 캐피털 등 주요 VC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크립토 펀드를 운영하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오늘날 토큰펀드는 단순한 VC 투자 방식이 아니라,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체 같은 메인넷 재단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투자 지형을 다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토큰펀드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특히 상장 직후 VC들의 대량 매도(Exit)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투자자 보호와 혁신의 균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왜 토큰펀드인가?
토큰펀드는 기존 VC 대비 몇 가지 강점을 지닌다. 먼저 글로벌에서의 자금조달 용이성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이 연결된다면 기관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펀드 조성을 위한 투자자 자금을 전 세게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다. 해외에서 LP(Limited Partners, 보통 VC 펀드에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를 일컬으며 기관, 기업, 개인, 정부에서 운영하는 각종 기금 등이 있음. 한국에서도 국민연금이 다양한 펀드의 LP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 자금을 모집해 본 경험이 있는 VC라면 국가간의 투자금 이동이 얼마나 까다롭고 복잡하며 시간과 리소스가 소모되는 일인지 여실히 느낀 바 있을 것이다. 반면 토큰을 통한 펀드자금 조달은 매우 쉽고 빠르며 싸다.
운영의 자동화도 강점이다. 조성된 자금을 운영함에 있어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투자금 관리와 배분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음에 따라 중개 없이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나아가 토큰은 주식 상장과 비교할 때 훨씬 빠른 상장이 가능하므로 투자자가 IPO를 기다리지 않고도 비교적 빠르게 투자금을 현금화할 기회를 얻는다. 블록체인 상의 거래는 모두 기록되고 투명하게 공개되므로 모두가 펀드 자금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법적 분쟁의 소지가 줄어들기도 한다.
투자 지형의 다변화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토큰펀드는 더 이상 전통 VC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더리움 재단, 솔라나 재단, 아발란체 재단과 같은 메인넷 재단들도 스타트업 및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인 투자 방식과 차별화된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한다. 기술개발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며 DAO(탈중앙 자율조직) 등의 방식을 통해 소수의 투자자가 아닌 다수의 커뮤니티가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방식도 점점 활성화 되고 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VC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DAO 펀딩, 재단 보조금, 커뮤니티 투자 등 다양한 옵션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VC들의 토큰 매도 논란과 개인투자자 보호 방안
토큰펀드는 분명 전통적인 벤처캐피털보다 빠른 투자 회수,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투명성 등의 장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단기적인 VC들의 차익 실현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많은 프로젝트들이 토큰 락업(Vesting)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보다 장기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점진적 락업 해제, VC 투자분의 일정 비율을 장기 거버넌스 참여용으로 전환하여 단순한 투자가 아닌 프로젝트의 운영과 발전에 기여하는 VC들에게 보상을 부여하는 형태 등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토큰펀드가 생태계에 더욱 공공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와 VC들의 개별노력뿐만 아니라 여러 제도적 접근도 필요하다.
먼저 프로젝트들이 VC의 보유량, 매도 일정 등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보유 및 매도 현황을 투명하게 공시하여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전통 VC 투자뿐만 아니라, DAO나 재단 등을 통한 스타트업 투자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일반 투자자들이 VC들의 투자 전략을 이해하고 단기적인 차익 실현에 휘둘리지 않도록 투자자 교육과 정보 투명성 확대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상황과 한계
다만 한국은 현재 토큰을 활용한 스타트업 직접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이에 관한 제도적 논의 역시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2017년부터 전면 시행된 ICO 금지 조치이다. 금융위가 투기 과열을 이유로 모든 형태의 암호화폐 공개를 금지하면서 이를 통한 자금조달을 불허하였다. 이 조치로 국내 스타트업이 토큰을 발행해 투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고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과 재단이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우회적으로 ICO를 진행해오고 있다. 또한 벤처투자조합이나 법인의 암호화폐 보유도 금지하는 환경이었기에 그 결과 국내 VC나 법인이 스타트업 지분 대신 토큰을 받거나, 투자목적으로 토큰을 취득하는 행위는 법률상 기반이 없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옆나라 일본은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토큰 활용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정비하고 있다. 2024년 2월 LP가 취득 및 보유할 수 있는 자산 목록에 가상화폐 등을 포함하도록 하는 법률이 개정되어 VC가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대가로 토큰을 수취하거나 펀드 자산으로 토큰을 보유하는 것이 합법화 및 활성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별도의 토큰 투자 전용법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증권법 체계 내에서 토큰을 이용한 투자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특히 DAO 형태로 VC 토큰펀드가 조성 및 활용되고 있는데 델라웨어, 와이오밍 등 여러 주에서 DAO의 법인격을 명확히 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DAO 기반 토큰 펀드인 The LAO의 경우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델라웨어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조직되어 법적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있다. 출자자들을 대상으로 출자지분에 해당하는 토큰을 부여하고, 투자결정도 온체인 투표로 이루어지지만, 법적으로는 LLC 운영협약에 따라 움직이며 구성원에게 유한책임을 보장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글로벌 핀테크 허브답게 비교적 일찍부터 토큰 발행과 투자흘 허용하는 유연한 규제정책을 펴왔다. VC들의 투자자산에 암호화폐나 토큰이 포함되는 것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시드 등의 주요 크립토펀드와 BitDAO와 같은 글로벌 투자 DAO도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토큰펀드는 혁신의 기회, 올바른 가이드라인 필요
토큰펀드는 전통적인 VC 투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빠르고 글로벌한 투자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VC의 단기 차익 실현 문제, 거래소에서의 개인 투자자 부담 전가, 법적 보호 미비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을 위험이 크다. 일본, 싱가포르 등은 법제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DAO 기반 투자는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도 단순히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토큰펀드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장기적인 투자 유인을 강화하며,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큰펀드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가상자산 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투기 시장이 되지 않도록, 건전한 투자 문화와 책임 있는 운용 방식이 병행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혁신을 유도하면서도 투자자 보호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박혜진 교수 약력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자산·블록체인 석사과정 주임교수
· 바이야드 대표이사
· 심산벤처스(Simsan Ventures LONDON) 투자총괄
· 웹3.0 포럼 발기인 및 운영위원장
·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벤처캐피탈 MBA 부주임교수
· 전 스틱인베스트먼트, 네오플럭스, 하나금융그룹 등 인도 투자자문
박혜진 주임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내 인공지능(AI) 대학원에서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공학석사과정의 주임교수로 관련 산업의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육성하고 있다. 주식회사 바이야드의 대표이사로 블록체인, 보안, AI 등 딥테크 관련 솔루션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영국 심산벤처스의 한국지부 투자총괄 파트너를 겸임하며 디지털자산과 크립토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기술 연구, 투자, 교육, 자문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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