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미국 연방 법원이 암호화폐 플랫폼을 사칭한 사기 조직 Debiex에 대해 250만 달러(약 36억 원) 배상을 명령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Debiex가 ‘돼지 도살(pig butchering)’ 방식의 로맨스 스캠을 운영하며 고객 자금 230만 달러를 가로챘다고 밝혔다.
# ‘돼지 도살’ 사기란?
‘돼지 도살’ 사기는 피해자를 장기간에 걸쳐 심리적으로 조작해 점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온라인 금융 사기 수법이다. 중국에서 2016년경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기는 주로 소셜미디어나 데이팅 앱을 통해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고수익 투자 기회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기꾼은 처음에는 소액 투자로 수익을 보장하는 듯한 환경을 조성하지만, 점점 더 많은 돈을 입금하도록 유도한 후 결국 피해자의 자산을 탈취한다. 이는 돼지를 살찌운 뒤 도살하는 과정에 비유돼 ‘돼지 도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로맨스 스캠으로 투자 유도… 피해자 5명, 총 230만 달러 손실
미국 애리조나 연방 법원 더글라스 레이즈 판사는 3월 13일, Debiex가 CFTC의 소송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CFTC의 요약 판결(Motion for Summary Judgment)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Debiex는 피해자들에게 226만 달러를 반환하고, 추가로 22만1500달러의 민사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CFTC는 지난 1월 Debiex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해당 플랫폼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피해자와 연애 관계를 형성한 뒤 투자금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5명은 Debiex에 총 230만 달러를 입금했으며, 플랫폼은 이를 그대로 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 Debiex의 ‘돈세탁 역할’ 수행한 장청양(Zhāng Chéng Yáng)도 제재
CFTC는 또한 장청양(Zhāng Chéng Yáng)을 Debiex의 ‘머니 뮬(money mule)’로 지목했다. 장은 Debiex가 탈취한 자금을 수신하는 암호화폐 지갑을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3월 12일 CFTC의 기본 판결(Motion for Default Judgment)을 승인하며, 장이 OKX 거래소에서 보유한 암호화폐 지갑이 부정한 방법으로 자금을 수령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OKX에 보관 중이던 5.7달러 상당의 테더(USDT)와 약 11만9500달러 상당의 이더리움(ETH) 63개를 피해자에게 반환하도록 명령했다.
# 사칭 계정으로 피해자 유인… 가짜 잔고·거래 내역 제공
CFTC에 따르면, Debiex는 자신들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분산형 영구 계약 거래 플랫폼’으로 홍보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이들은 여성으로 위장한 직원들이 지속적인 메시지 교환과 사진 공유를 통해 피해자와 신뢰를 구축한 후, 자신들을 ‘성공한 암호화폐 트레이더’라고 소개하며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피해자가 계좌를 개설하고 암호화폐를 입금하면, Debiex는 조작된 잔액, 거래 내역 및 수익 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피해자의 자산이 여러 디지털 지갑으로 송금되며 자금 흐름을 교묘히 감춘 것으로 밝혀졌다. CFTC는 “고객에게 제공된 모든 정보는 허위였을 가능성이 크며, 피해자의 디지털 자산은 다수의 지갑으로 이동해 최종 행방을 숨기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돼지 도살’ 사기 수법이 점차 정교해지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암호화폐 기반 사기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FTC는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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