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정조준하며 시장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업비트가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사실상 표적성 규제를 통해 인위적인 시장 질서 재편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업비트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위반했다며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업비트는 3개월간 신규 가입자의 디지털자산 입출금이 금지와 함께 이석우 두나무 대표에게도 금융권에서 중징계로 분류되는 문책경고가 내려졌다. FIU는 업비트가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 4만5000여 건의 거래를 지원했으며, 고객확인의무(KYC) 위반 사례도 3만4000건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업비트는 즉각 제재에 대응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금융당국의 처분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서울행정법원에 영업 일부 정지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3개월 영업 일부 정지의 효력을 오는 27일까지 일시 정지했으며 20일까지 추가 서면을 받아 검토한 뒤 늦어도 27일 전에는 집행정지 인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업비트 신규 회원은 28일부터 디지털자산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홍푸른 디센트 대표 변호사는 “금융당국의 제재 자체가 업비트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며, 설령 승소하더라도 소송이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번 소송은 1심에서 끝나지 않고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 승소 여부와 관계없이 소송 기간 동안 제재가 지속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업비트의 시장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관치금융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비트는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70~8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당국이 특정 거래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내 경쟁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업비트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금융감독원이 상장 심사 절차와 투자자 보호 체계를 점검하는 등 규제 당국이 총출동하여 업비트를 압박하는 모습은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의혹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국내 금융시장은 여전히 관치의 영향이 크다”며 “(이번 조치는) 특정 거래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독점적 시장 지배 구조를 완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는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거래소 한 관계자도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명백히 시장 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라면서 “업비트가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이는 다른 거래소들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당국의 과도한 규제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해외 거래소들에게 반사이익을 안겨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관련 간담회에서는 게이트아이오(Gate.io), 크립토닷컴(Crypto.com), 트릭(Trix) 등 해외 거래소들이 참석해 한국 시장 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국내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강련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해외 거래소가 국내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존 국내 거래소와는 다른 사업 모델을 구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업비트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거래소들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다양한 금융 상품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거래소 관계자 역시 “최근 국회 간담회에 해외 거래소들이 초청된 점이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면서 “금융당국이 국내 규제를 강화할수록 해외 거래소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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