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장벽 확대, 세계 경제 악영향·인플레 악화”
“국방비 지출 증가, 단기적 성장 뒷받침·장기적으론 재정 압박 가중”
‘관세 전쟁 촉발’ 미 경제도 올해 2.2%, 내년 1.6% 둔화 전망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7일(현지시간) 발간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무역 전쟁이 심해질 경우 전 세계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OECD는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1%로 전망하며 지난해 12월에 예측한 3.3%에서 0.2%포인트(p) 내렸다. OECD는 2026년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인 3.3%에서 0.3%p 내린 3.0%로 조정했다.
OECD는 “세계 GDP 성장률이 내년까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주요 20개국(G20) 경제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지정학적, 정책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투자와 가계 지출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특히 “글로벌 경제의 분열”을 주요 리스크로 거듭 강조하며 “무역 장벽 확대는 세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OECD는 또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 균열로 유럽 국가들 내에서 국방비 지출 증대를 꾀하는 것과 관련해 “국방에 대한 지출 증가는 단기적으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압박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20의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석 달 전 보고서와 비교해 암울하게 내다봤다.
직전 보고서에서는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을 각각 3.5%와 2.9%로 예상했으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각각 3.8%와 3.2%로 상향 조정했다.
OECD는 “이런 전망은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와 미국 간 양자 관세가 4월부터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해 25%로 인상된다는 가정에 기초한 것”이라며 “관세 인상 폭이 더 낮거나 관세 적용이 일부에 국한할 경우 세 나라 모두 경제 활동이 더 강해지고 인플레이션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글로벌 성장세는 여전히 이전 예상보다 약할 것”이라는 게 OECD 전망이다.
OECD는 이에 “각국 정부는 국가 간 보복성 무역 장벽이 크게 높아지는 걸 피하기 위해 글로벌 무역 시스템 내에서 우려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보호무역주의 확산, 지정학적 불확실성, 낮은 성장 전망은 건강한 국내 시장을 보장하기 위한 야심찬 구조적 정책 개혁의 필요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여기엔 기업의 시장 진입을 장려하고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과도한 규제 부담을 없애는 규제 개혁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국가별 전망치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은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직전 전망치보다 경제 성장률이 떨어져 올해 2.2%(직전 대비 -0.2%p), 내년엔 1.6%(-0.5%p)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된 캐나다 역시 지난해 1.5% 성장에서 올해와 내년 각각 0.7%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직전 전망치보다 1.3%p나 하향 조정된 수치다.
멕시코는 캐나다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 올해 성장률이 -1.3%, 내년 -0.6%로 경제가 침체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유럽 경제의 경우 미국과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정학적 및 정책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직전 전망치에서 각각 0.3%p 내린 1.0%, 1.2%로 조정됐다.
중국 경제는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이 정책 지원 강화로 상당 부분 상쇄되면서 올해 4.8% 성장한 후 내년엔 4.4%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직전 전망치인 2.1%보다 0.6%p 내린 1.5%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엔 성장세가 이어져 석 달 전 예상치보다 0.1%p 상향 조정한 2.2%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기업 이익 호조와 임금 상승이 올해 경제 활동에 활력이 돼 작년 0.1% 성장률에서 올해 1.1%로 상승한 후 내년엔 0.2%로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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