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경제적 혼란 속에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으며, 차기 의장 자리를 놓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 전쟁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그를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는 것.
파월 의장의 임기는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차기 연준 수장 자리를 둘러싼 내부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WSJ은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도 아니고, 매파도 아니며, 물 속에서 쉼 없이 발을 움직이는 오리와 같은 처지”라고 보도했다. 월가는 현지 시간 19일 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역 전쟁과 경제 혼란 속 연준의 딜레마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은행 파산 등의 위기를 넘어서며 경제를 관리해왔다. 이제는 무역 전쟁의 파고를 이겨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새로운 보호무역 정책과 금리 인하 요구가 연준의 정책 결정에 정치적 부담을 더하고 있다.
지난 2022년 7.2%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1월 2.5% 수준까지 낮아졌다. 연준은 지난해 금리를 1%포인트 인하했지만,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보호무역 기조로 인한 무역 장벽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을 동시에 초래할 경우, 연준은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유지할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정치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행정부에서 연준이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연준의 독립성을 위협한다.
트럼프 측 인사들은 연준이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판하며, 연준의 감독 권한을 축소하거나 정책 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파월 후임을 노리는 연준 내부 경쟁 치열
파월 의장의 임기가 2026년 2월 종료되는 가운데, 차기 연준 의장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는 몇몇 유력한 후보들이 이미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1.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월러 연준 이사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지명된 인사로, 최근 ‘비둘기파’적인 금리 정책을 주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는 연준이 무역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단순한 외부 충격으로 간주하고,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둔화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지 ‘매파’적 성향이 강했던 월러가 올해 들어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며 변화를 보인 것도 차기 의장 도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2. 미셸 보우만(Michelle Bowman)
보우만 연준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은행 규제 담당 부문을 새롭게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물이다.
보우만은 연준의 금리 정책이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보수적인 금융 규제 접근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보우만 이사는 지난해 대선 전 연준의 금리 인하를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고 경고해 트럼프 선거 캠프 편에 섰었다.
3. 아드리아나 쿠글러(Adriana Kugler)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쿠글러 연준 이사는 경제 성장과 고용 시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민자 감소가 노동 공급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재무 정책 기조와는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치적 변수가 커질 경우 의장직을 노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4. 오스탄 굴스비(Austan Goolsbee)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굴스비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며 “12~18개월 내 금리가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연준의 금리 정책이 다시 긴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로 인해 그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연준의 독립성 유지가 최대 과제
차기 연준 의장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파월 의장은 이러한 내부 정치적 갈등과 외부의 정치적 압박 속에서도 연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이중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의 감독 기능을 제한하고,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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