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신뢰할 수 있는 경기 동향 지표로 간주되는 구리 가격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면서 과거 구리와 상관관계를 나타냈던 비트코인(BTC) 가격도 덩달아 상승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과거 BTC와 구리는 강한 플러스 상관관계를 보인 바 있으며, 특히 BTC가 강세장을 맞았던 시기에는 구리-금 비율도 함께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구리-금 비율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BTC 강세론자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구리 가격 상승은 단순한 경제 성장 신호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무역 관세, 구리 상승의 주요 원인
네덜란드 은행 ING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은 12% 상승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파운드당 5.10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경기 회복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관세 정책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은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전망은 상향 조정했다.
ING의 애널리스트들은 3월 18일 보고서에서 “구리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트럼프의 무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앞으로도 관세 관련 뉴스가 가격 방향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구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호주 달러(AUD)-미국 달러(USD) 환율이 횡보하거나 하락세를 보이는 점도 이번 상승이 전통적인 경기 회복보다는 정책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호주는 세계 7위의 구리 생산국이자 3위의 수출국이며, 역사적으로 AUD와 구리 가격은 0.80 이상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공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중국 경기 부양책, 비트코인에는 긍정적일 수도
이번 구리 가격 상승을 이끄는 또 다른 요인으로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꼽힌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으로, 정부의 경제 부양책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주 중국 정부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내수 소비 촉진 정책을 발표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불러온 외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소비 증가를 위한 가계 소득 증대, 지출 촉진, 인구 증가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ING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1~2월 중국의 소비, 투자, 산업 생산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았다”며 “이 같은 정책이 구리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부양책이 글로벌 위험자산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비트코인 역시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구리 랠리가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닌 정책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