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지털 자산(가상자산)을 활용해 미국 경제를 성장시키고 달러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달러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히며, 달러 기반 디지털자산이 미국 달러를 세계 금융의 중심에 두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명확한 규제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콘퍼런스 화상 연설에서 “디지털자산 혁신이 폭발적인 경제 성장과 미국 달러의 지배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을 비트코인 초강대국이자 디지털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활용하면 글로벌 결제망에서 미국 달러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디지털자산을 미국의 금융 패권 유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재 유통 중인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약 98~99%가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다. 테더(USDT), USD코인(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사실상 ‘디지털 달러’ 역할을 하고 있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연구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경제에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을 확장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이 대부분 미국 국채와 은행 예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된다는 점도 달러 패권 강화에 기여하는 요소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약 1600억~1800억달러 규모를 형성하며 국채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폴 라이언 전 미국 하원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의 부채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안정적인 재정 운용 여지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김동혁 연구원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 증가는 미 국채 수요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채 금리 하락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패권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규제 체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프렌치 힐(French Hill) 미 하원 디지털자산 소위원회 위원장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규제 없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규율된 시장 환경 조성이 달러 지배력 강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키움증권 연구원도 “현재 미국에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연방 차원의 법안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며 “뉴욕주의 ‘가상자산 지침(Virtual Currency Guidance)’처럼 일부 주 단위 규정은 존재하지만, 이는 지역에 따라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전체 시장을 아우르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적 명확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2월 미 의회 상원과 하원에서는 각각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상원에는 ‘미국 스테이블코인을 위한 국가적 혁신의 유도 및 확립에 관한 법률안(GENIUS 법안)’이 제출됐으며, 하원에는 ‘스테이블코인 투명성 및 더 나은 원장 경제를 위한 책임성 확보에 관한 법률안(STABLE 법안)’이 발의됐다.
두 법안 모두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자격과 규제 체계를 명확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방과 주(州) 차원에서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주체의 인가 요건, 감독 체계, 발행자 제한을 규정하는 한편, 소비자 보호 장치와 투명성 확보 방안도 포함됐다. 특히 통화감독청(OCC)의 감독 권한을 명시하고,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증권 규제에서 배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빌 해거티(Bill Hagerty) 미 상원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은 거래를 개선하고 결제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이번 GENIUS 법안은 시장에 명확성을 제공하고, 거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금융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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