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통과…주변국 ‘EU 재정준칙 무력화’ 불만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전후 최대 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꼽히는 5천억유로(793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예산이 사실상 확정됐다.
독일 상원(참사원)은 21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인프라·국방 투자를 위한 기본법(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3표, 반대·기권 16표로 가결했다.
상원은 주총리와 장관 등 16개 연방주 대표들이 연방의회를 통과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하는 기구다. 개정 기본법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공포하면 최종 확정된다.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은 부양책을 상원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특별기금 5천억유로 중 1천억유로를 주정부에 할당한다는 내용을 기본법 개정안에 포함했다.
상원 표결에서는 브란덴부르크·튀링겐·작센·라인란트팔츠주가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했다. 이들 4개주에서는 확대 재정과 군비 증강에 반대하는 독일대안당(AfD)과 좌파당이 주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마르쿠스 죄더 CSU 대표 겸 바이에른 주총리는 표결에 앞서 “이번 인프라 투자는 독일판 마셜플랜”이라며 “단 1유로도 신중하게 따져보고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법 개정에 따라 연방정부는 연간 신규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0.35%로 제한한 부채한도 규정과 무관하게 인프라 특별기금 5천억유로를 조성할 수 있게 된다. 국방비도 GDP의 1%를 초과하면 부채한도 예외를 적용하기로 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다.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협상 중인 CDU·CSU 연합과 SPD는 인프라 예산 5천억유로를 앞으로 12년간 쓴다는 계획이다. 국방비를 현재 GDP 대비 2% 안팎에서 3.5%로 늘릴 경우 연간 1천500억유로 정도가 된다.
연방정부 1년 예산을 뛰어넘는 천문학적 인프라 예산을 어디에 쓸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유럽 다른 나라들은 독일의 국방비 증액을 환영했지만 인프라 투자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부채를 GDP의 60% 이하로 제한한 유럽연합(EU) 재정준칙을 사실상 무력화한 데다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풀어 시장을 교란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잔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최근 소속 정당인 동맹(Lega) 행사에서 “독일은 원하는 건 뭐든지 하기로 결정했다. 6개월 전 승인된 EU 규칙이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다고 해서 유럽 차원에서 아무것도 협상하지 않고 반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재정정책 유연성을 옹호하는 프랑스조차 최근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독일의 재정준칙 개정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페인 등 부채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독일 부양책 발표 이후 자국 국채금리도 덩달아 뛰는 바람에 이자 부담이 커진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부양책 발표 이전 2.4%대였던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2028년 4%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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