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박재형 특파원] 이더리움(ETH)의 거래소 내 보유량이 2015년 이후 최저치인 897만 개로 줄어들었지만, 가격 회복에는 실패하고 있다. 최근 30일 동안 ETH는 27% 급락했고, 최고가 대비 47% 하락한 상태다.
온체인 분석업체 산티멘트(Santiment)에 따르면, 이더리움의 거래소 내 공급은 최근 7주간 16.4% 감소했다. 이는 △디파이(DeFi) △스테이킹 등으로 인해 ETH가 거래소 외부에서 잠기고 있다는 신호다. 매도 압력은 줄었지만, 가격은 반등하지 못했다.
지난 48시간 동안에는 약 36만 개의 ETH가 거래소에서 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고래 투자자들의 매집 신호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24시간 기준 ETH는 0.1% 하락했으며, 현재 가격은 1948달러다. 거래량은 하루 만에 33% 줄어 115억7000만 달러 수준이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혼조세가 나타났다.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약 3100만 달러 규모의 롱·숏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 중 76%인 약 2418만 달러가 롱 포지션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상승을 기대했으나 매도세에 밀렸다.
ETH의 부진 원인으로는 레이어2의 부상도 지목된다. 아비트럼(Arbitrum)과 베이스(Base)는 최근 일주일간 DEX 거래량에서 총 56억7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메인넷 이더리움을 앞질렀다. 이로 인해 이더리움 네트워크 수수료 수익도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2억1800만 달러에 달했던 월 수익은 올해 2월 4600만 달러로 78% 줄었다.
덴쿠나(Dencuna) 업그레이드로 가스비가 최대 95% 절감되면서 수수료 수익 감소는 더 가속화됐다.
디파이라마(DefiLlama)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이더리움의 TVL(예치자산총액)은 760억 달러에서 460억 달러로 20% 넘게 감소했다. 반면, 베이스의 TVL은 같은 기간 21% 증가해 이더리움의 디파이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의 공급 구조는 긍정적이지만, 가격은 생태계 전반의 경쟁 심화와 수익성 저하로 인해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