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박재형 특파원] 암호화폐 산업이 ‘원스톱 멀티자산 투자 플랫폼’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거래소와 브로커딜러 모델 간 경계가 점차 사라지면서 인수합병(M&A)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24일(현지시각) 더블록이 보도했다.
미국 투자사 번스타인(Bernstein)은 보고서를 통해 “규제 환경이 점차 완화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와 기존 증권 브로커딜러들이 전략적 M&A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비트코인·이더리움 옵션 거래는 CME(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미국 외 시장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선물은 지난해에만 31조 달러 규모로 거래됐다. 이는 미국 내 거래량(2.5조 달러)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거래소들은 전통 금융시장 진출을 가속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은 지난주 미국 선물거래 플랫폼 닌자트레이더(NinjaTrader)를 1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 간 가장 큰 규모의 M&A로,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로 크라켄은 미국 선물거래 자격을 획득하며 암호화폐 선물뿐 아니라 주식·외환 선물시장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크라켄은 이미 영국, 유럽연합(EU), 호주에서도 라이선스를 보유 중이며, 닌자트레이더의 해외 진출도 예상된다.
한편, 블룸버그는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이더리움 옵션 거래소인 데리빗(Deribit) 인수를 위한 협상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데리빗은 암호화폐 옵션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월간 거래량이 1000억 달러를 넘는다.
번스타인은 이 같은 흐름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브로커 플랫폼 간의 통합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는 현물 암호화폐, 암호화폐 파생상품, 토큰화된 주식, 주식 파생상품까지 한 플랫폼 내에서 제공하는 형태가 주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대로, 로빈후드(Robinhood)와 같은 기존 브로커들도 암호화폐와 그 파생상품 시장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할 것으로 봤다.
이 중심에는 ‘자산 토큰화’가 있다. 전통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 토큰화함으로써, 암호화폐와 기존 금융의 경계를 흐리게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 의회에서 올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법(Digital Assets Market Structure Bill)’이 이 같은 흐름을 공식화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 증권의 정의와 중개기관의 역할, 자산 토큰화의 법적 틀 등을 명확히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