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블록체인 플랫폼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이더리움과 솔라나는 기술적으로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를 웹2 기업에 비유하면 각각의 철학과 전략이 쉽게 보인다.
# 이더리움은 왜 ‘개방형 플랫폼’이 됐나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을 처음으로 구현한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누구든지 이더리움 위에 자신의 앱(디앱, DApp)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구조는 마치 리눅스나 안드로이드처럼, 핵심 운영체제는 공통으로 쓰고 위에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얹을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과 같다. 이더리움은 탈중앙화와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누구도 네트워크를 통제하지 않으며, 블록 생성과 검증을 전 세계의 노드가 분산적으로 수행한다. 이를 위해 다수의 복제와 검증이 필요한 구조를 채택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속도와 처리량을 제한한다.
이러한 성능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이더리움은 ‘모듈형(modular)’ 확장 전략을 채택했다. 보안성과 데이터 무결성은 메인체인이 담당하고, 처리 속도는 별도의 ‘레이어2(Layer 2)’ 솔루션이 맡는다. 대표적인 예가 옵티미즘(Optimism), 아비트럼(Arbitrum), zkSync 같은 롤업(Rollup) 기술이다. 롤업은 수많은 거래를 묶어 메인체인에 한 번에 기록함으로써 수수료를 줄이고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로써 이더리움은 높은 보안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구조가 복잡해 개발자와 사용자가 각 레이어의 상호작용을 이해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 솔라나는 왜 ‘단일 고속 체인’이 됐나
솔라나는 이더리움과 전혀 다른 방향을 택했다. ‘모노리식(monolithic)’ 구조로, 모든 기능을 한 체인에 통합했다. 스마트 계약 실행, 블록 생성, 검증, 데이터 저장 등을 한 시스템에서 처리하며 속도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솔라나는 고속 처리의 핵심 기술로 ‘PoH(Proof of History)’라는 독자적 합의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이는 각 트랜잭션에 고유한 타임스탬프를 기록해 네트워크 상의 노드들이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를 시간 순서대로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 블록체인이 거래 순서를 맞추기 위해 반복적인 합의를 거쳤던 것과 달리, 솔라나는 이를 선행된 시간 정보로 해결한다. 이 기술 덕분에 솔라나는 초당 수천 건의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다. 블록 생성 시간도 400~500밀리초 수준으로 짧고, 수수료도 수십 원 이하다. 최근에는 초당 50만 건 이상 처리할 수 있는 새 노드 클라이언트 ‘파이어댄서(Firedancer)’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솔라나의 구조는 네트워크 자원이 집중되고, 검증 노드가 대형화되는 경향을 낳는다. 실제로 2022년에는 네트워크가 멈추는 다운 타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 점에서 솔라나는 성능과 속도를 위해 탈중앙성과 안정성 일부를 포기한 구조라는 평가도 함께 따라붙는다.
# 웹2 기업에 빗대보면?
이더리움은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같다. 다양한 기업과 개발자가 올라타 자신만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개방형 인프라다. 이더리움 메인넷은 상대적으로 느리고 비싸지만, 보안성과 무결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확장 기술을 조합해 유연하게 맞춤형 체계를 구성할 수 있다. 실제로 디파이(DeFi), NFT, 온체인 게임 등 대부분의 혁신적인 앱은 이더리움에서 출발했다.많은 기업들이 믿고 사용하는 ‘기술 표준’이란 점에서 AWS와 닮았다.
이와 달리 솔라나는 애플 아이폰이나 구글 픽셀폰과 유사하다. 하나의 체인에서 모든 걸 처리하는 일체형 구조로 설계돼 속도가 빠르고 사용자 경험이 매끄럽다. 앱 실행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도 거의 없다. 솔라나는 블록체인을 의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간편한 UX를 지향하며, 스마트폰 ‘사가(Saga)’와 차세대 노드 소프트웨어 ‘파이어댄서(Firedancer)’도 이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신뢰성과 확장성에 집중 ‘모듈형(modular)’ 구조를 지향한다. 각 기능을 별도의 층으로 분리하고, 보안은 메인넷에서, 처리속도는 L2에서 담당하게 만든다. 이 방식은 다양한 앱과 기업이 필요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한다. 대신 솔라나보다 복잡하고, 각 레이어 간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이더리움이 다양한 앱이 연결된 거대한 운영체제라면, 솔라나는 고성능 단말기에 가까운 슈퍼앱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더리움은 유연하고 맞춤 구성이 가능한 ‘기반 플랫폼’, 솔라나는 직관적이고 통합된 경험을 제공하는 ‘완성형 제품’이다.
# 무엇이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더리움은 탈중앙성과 네트워크 보안을 최우선으로 삼는 플랫폼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각기 다른 앱들이 함께 작동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성능보다는 신뢰성과 확장성, 커스터마이징이 핵심이다.
반면 솔라나는 속도와 사용자 편의성을 극단적으로 높인 체인이다. 솔라나는 웹2식 UX와 높은 성능을 통해 ‘블록체인을 쓰는지조차 느껴지지 않는 경험’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대중을 더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다.
두 플랫폼 중 어떤 방향이 옳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플랫폼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중시한다면 이더리움이, 성능과 사용성을 중시한다면 솔라나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금은 다양한 블록체인들이 경쟁하며 기술과 철학을 시험하는 시기다. 다만 분명한 것은, 웹2 시대의 플랫폼처럼 블록체인도 결국 사용자와 개발자가 선택하는 쪽이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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