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2025년 들어 최소 15개 이상의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토큰 재매입(바이백)을 발표하거나 이미 실행에 돌입했다. 디파이(DeFi) 프로젝트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으며, 매입 규모는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마다 실행 방식과 시장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차이는
토큰 바이백은 자사가 발행한 토큰을 재 매입하는 것이다. 이들의 전략은 기업이 주식을 매수하여 주가가 저평가되었음을 보여주고 주당 수익을 높이는 전통적 금융에서의 주식 매수 논리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토큰 바이백은 자사주 매입과 본질적으로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주식 시장의 자사주 매입은 법적 규제를 받으며, 재무제표상에도 명확히 드러난다.
반면 크립토 시장에서는 프로젝트의 재량에 따라 바이백이 이루어지며, 공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매입이 이루어졌는지 확인이 어렵거나, 향후 락업한 토큰이 다시 풀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주식은 소유권을 나타내는 자산이지만, 토큰은 △거버넌스 참여권 △유틸리티 사용권 등 기능에 따라 가치 해석이 달라 투자자 관점에서도 기대 효과가 다르다. 같은 매입 행위라도 토큰의 구조와 목적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 바이백 , 디파이 중심으로 확산
바이백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분야는 디파이(DeFi)다. 최근 dYdX, 주피터(Jupiter)가 바이백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이더파이(Ether.fi), 레이디움(Raydium), 에이브(Aave), 아비트럼(Arbitrum) 프로젝트가 자사 토큰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퍼블릭 블록체인 베라체인(Berachain)은 시드 및 A라운드 이후 토큰을 되사들이는 계획을 밝혔고, 지토(Jito)는 토큰 재구매와 보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AI, 보안, 밈(MEME) 등 다른 분야에서도 바이백 전략을 도입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매입 규모는 프로젝트별로 차이가 컸다. 레이디움(Raydium)은 유동성 풀 거래 수수료 일부로 RAY 토큰을 매입해 누적 5500만 개 이상을 사들였고, 주피터(Jupiter)는 프로토콜 수익의 50%를 JUP 매입에 사용하고 있다. 에이브(Aave)는 매주 100만 달러씩 6개월간 매입을 예고했고, 버추얼 프로토콜(Virtual Protocol)은 약 4000만 달러 규모의 버추얼(VIRTUAL)을 매입 후 소각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바이낸스의 마켓메이커 조사 여파를 받은 무브먼트(Movement)는 3800만 달러 상당의 MOVE 토큰을 3개월간 매입하기로 했다.
바이백 방식도 다변화되고 있다. dYdX는 2025년 3월부터 순수익의 25%를 활용해 매달 공개 시장에서 토큰을 사들이고 있다. 에이브는 바이백과 수수료 변환이 가능한 스테이킹 모듈 도입을 제안했다. 아비트럼의 R&D 팀인 오프체인랩스(Offchain Labs)는 공개 시장과 기타 방식으로 ARB 토큰 지분을 확대하는 전략적 바이백을 추진 중이다. 하이퍼리퀴드는 TGE(토큰 생성 이벤트) 이후 매입한 18만9000개 이상의 HYPE를 소각했다. 에어로드롬(Aerodrome)은 출시 초기부터 AERO를 지속적으로 매입해 1억 개 이상을 소각했다. 주피터는 바이백한 토큰을 단순 소각이 아닌 유동성 풀 지원 혹은 3년간 락업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 엇갈린 시장 반응
바이백 계획과 진행 방식에 차이가 있다보니 시장 반응도 프로젝트마다 엇갈린다. 일부 프로젝트는 토큰 가격 반등을 경험했다. 3월 24일, DYDX 토큰 재매수 계획이 발표된 날, 해당 코인 가격은 0.65에서 최고 0.76달러로 상승했다. 1월 26일, 주피터 재매수 계획이 발표된 이후, 일일 최저가는 0.89달러에서 최고가 1.28달러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런 상승세가 오래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GMX, SNX, GNS 등 일부 프로젝트는 수백만 달러 상당의 바이백을 진행했음에도, 현재 토큰 가격이 매입 당시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프로젝트 실적 △투명성 △재정 건전성 △시장 심리 △거시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유통량을 줄였다고 해서 가격이 오르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 회복 전략인가, 단기 유동성 확보 수단인가?
토큰 바이백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백이 프로젝트의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고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크립토 인플루언서@qinbafrank는 “소형 코인들이 대거 정리되면서 시장이 성숙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수익을 내는 프로젝트라면 그 일부를 다시 생태계에 투입해 토큰 하나하나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이런 흐름은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RAY, GMX, GNS and SNX have programmatically bought back millions in tokens which are now worth way below cost.
This is the programmatic token buyback fallacy:
1. Irrelevant to price action which is driven by revenue growth and narrative formation.
2. When revenues are strong… https://t.co/c16eICFJPL pic.twitter.com/4G6wBFHcgF
— MONK (@defi_monk) March 20, 2025
그러나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바이백이 실질적인 수익 창출이나 기술력과 연계되지 않으면 ‘단기 유동성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장 분석 플랫폼 메사리(Messari)의 연구원 @defi_monk는 “토큰 바이백이 가격 상승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며, 오히려 자본 배분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큰 가격은 성장 전략, 내러티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단순 매입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에 필요한 건 성장 전략이나, 실질 자산(스테이블코인·주요 코인)을 통한 보유자 가치 환원”이라고 강조했다. 뱅크리스(Bankless)도 보고서를 통해 “프로젝트 내부자의 물량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바이백이 실제로는 신규 유입 투자자보다 초기 투자자를 위한 출구 전략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투명성과 지속가능성도 쟁점
투명성과 지속가능성도 주요 쟁점이다. 바이백은 프로젝트가 시장에 자신감을 보이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침체기에는 커뮤니티의 불안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속한 바이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효과가 없을 경우, 오히려 신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프로젝트는 환매를 명분으로 거짓 상승을 유도하거나, 소각 대신 통제 가능한 지갑으로 토큰을 이동해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투명한 집행이 필수적이다.
바이백에는 위험도 따른다. 빈번하거나 불투명한 매수는 시장 조작 논란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가 미비한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미국 SEC 등 규제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과도한 바이백으로 유통량이 급감하면 △거래 위축 △시장 깊이 부족 △유동성 악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수익원이 제한된 프로젝트나 장기 침체를 겪는 시장에서는 바이백 자체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
#바이백은 양날의 검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토큰 바이백은 양날의 검이다. 프로젝트 신뢰 회복과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거시경제 상황 △펀더멘털 △재정 상태 △투명성 확보 없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실질 수익을 기반으로 한 계획, 투명한 집행, 명확한 목적이 뒷받침될 때에만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투자자들도 단순한 수치에 의존하기보다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과 경제 구조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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