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박재형 특파원] 테드 크루즈 미국 상원의원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반(反) CBDC 감시국가법(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으로 명명됐다.
27일9현지시각) 외신들에 따르면, 이 법안은 연준이 미국 국민에게 특정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직접 개인에게 디지털 달러를 발행·제공하는 구조의 CBDC 모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법안은 앞서 3월 6일 톰 에머 하원의원이 재발의한 반(反) CBDC 법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을 담은 ‘동반 법안(companion bill)’이다. 크루즈와 에머는 모두 공화당 소속으로, CBDC가 정부의 과도한 감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안에는 “미국의 동전과 지폐처럼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개방적이며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달러 기반 디지털 화폐는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돼 있다.
연준, 2020년부터 CBDC 연구 중
연준은 지난 2020년부터 디지털 달러 연구를 본격화했으며, 현재까지 최소 4건의 관련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소비자 대상의 CBDC 발행 여부나 구체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크루즈 의원은 2022년부터 CBDC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당시 그는 연준의 직접 발행형 CBDC를 금지하는 초안을 처음으로 제안했고, 이후 2023년과 2024년에도 유사한 입법 시도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CBDC 발행 시도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한편 에머 의원은 의회 청문회에서 “CBDC 기술은 본질적으로 반미국적(inherently un-American)”이라며,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통제하는 디지털화폐는 미국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미국 내 CBDC는 발행되지 않았지만, 공화당 중심의 정치권에서는 ‘감시 수단’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디지털 달러 개발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해, 향후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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