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전력, 통신, 수도, 교통과 같은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는 전통적으로 자연독점 형태로 운영돼 왔다. 이는 한 기업이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들 인프라는 복잡한 규제 시스템과 맞물려 있어 △혁신 부재 △고객 불만족 △느린 대응 △열악한 유지관리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신흥국에서는 인프라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매우 비싸고 공급도 불안정하다.
가이 월렛(Guy Wuollet) a16z crypto(안드레센 호로위츠 크립토) 파트너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DePIN(탈중앙화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을 제시했다. 그는 “DePIN은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소유가 가능한 물리 인프라 생태계를 만들고, 기존의 독점 구조를 분산된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ePIN이란?
DePIN은 분산형 프로토콜과 암호화 기술, 메커니즘 디자인을 활용해 물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말한다. 기존처럼 특정 기업이 전체 인프라를 통제하지 않고, △소규모 사업자 △개인 사용자 △지역 커뮤니티 등이 참여자로 기능한다. 이들은 네트워크의 소유자이자 운영자다.
사례로는 에너지 그리드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많은 가정과 사업체가 태양광과 배터리를 통해 자체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DePIN 프로토콜 ‘데이라이트(Daylight)’는 이처럼 분산된 에너지 자산의 정보를 수집하고, 전력회사가 이 장비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이는 전력 효율을 높이고 사용자 참여 기반의 ‘가상 발전소’를 만드는 방식이다.
DePIN의 성공 조건
월렛은 DePIN이 성공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바로 △왜 탈중앙화를 해야 하는가 △어떻게 시장에 진입할 것인가 △서비스 검증은 어떻게 할 것인가다.
첫째, 탈중앙화가 필요한 이유
DePIN은 대규모 초기 자본 없이도 사용자 참여로 인프라를 확장할 수 있다. 헬륨(Helium) 네트워크는 분산형 방식으로 저전력 광역통신망(LoRaWAN)을 구축해 초기 자본 지출을 크게 줄였다. 또 파일코인(Filecoin)은 개인들이 갖고 있는 유휴 저장공간을 연결해 분산 클라우드를 만들었다. 이처럼 DePIN은 하드웨어 비용을 분산시키고, 기존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자원들을 집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시장 진입 전략
DePIN은 기존 물리 인프라 사업자와 반드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이미 강력한 규제 영향력과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DePIN은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틈새부터 공략해야 한다. 예컨대 ‘DePIN 뮬릿’ 모델처럼, 사용자에게는 일반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탈중앙화된 인프라를 사용하는 방식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셋째, 검증 문제
서비스 제공자가 실제로 요청을 수행했는지 검증하는 것은 DePIN의 핵심 과제다. 월렛은 △랜덤 샘플링 △신뢰 하드웨어 △허가된 장비 등록 및 감사를 주요 검증 방식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랜덤 샘플링 방식은 게임 이론 기반의 효율성과 확장성을 갖춰 DePIN에 적합하다고 평가된다.
DePIN이 만드는 미래
DePIN은 단지 기술적 혁신을 넘어, 누구나 사회 필수 인프라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제시한다. 월렛은 “암호화폐가 금융을 탈중앙화하려 했다면, DePIN은 전기, 통신, 수도 등 물리 인프라 자체를 민주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필수 네트워크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열릴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때”라며 “DePIN은 이 변화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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