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비트코인(BTC)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무역 긴장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며 투자자들은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분위기다.
31일 오전 8시40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오전 9시보다 0.65%(69만6000원) 하락한 1억2268만원에 거래됐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코인마켓캡에서 8만2069달러를 기록해 24시간 전보다 0.46% 내렸다. 이더리움(ETH)은 180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고, 엑스알피(XRP)는 2.13달러로 소폭 내렸다.
이번 하락 배경에는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상호관세 시행에 대한 경계감이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기존 품목별 관세에 더해 각국의 대미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광범위한 상호관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영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Barclays)는 이번 상호관세 조치가 최대 25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제약, 반도체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클레이스는 이번 조치가 연간 6000억달러 세수 확보를 목표로 한 ‘외부 수입세’ 구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됐다.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긴축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경기 둔화를 의심할 만한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 전문 매체 코베이시 레터(The Kobeissi Letter)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소비자 심리지수는 한 달 새 약 20포인트 하락해 57을 기록했다. 이는 공식적인 경기침체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은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 선물 포지션 약 5730만달러(약 843억원)어치가 청산됐다. 이 가운데 76%는 매수(롱) 포지션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청산된 규모는 약 1억9243만달러(약 2830억원)에 달했다. 급격한 매도세는 아니지만, 투자자들이 점진적으로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코인데스크 애널리스트는 “무역 리스크와 물가 지표 불확실성이 동시에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엘리엇 춘(Elliot Chun) 아키텍트 파트너스 파트너도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금리, 정책, 지정학적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현 시점에서는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32점(공포)으로 전날(26점) 대비 일부 개선됐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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