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와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 중대한 정책을 꺼내 들었다. 트럼프는 이번 주를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선언하며,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를 포함한 대규모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전 세계 무역 질서와 미국 경제의 향방을 가를 초대형 보호무역 조치로,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와 글로벌 교역 둔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난 40년 동안 세계로부터 착취당했다”며 “이제 공정한 거래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 보복이 아닌, 미국이 주도하던 전후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를 사실상 해체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1930년대보다 더 큰 충격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부과가 1930년대 대공황의 원인으로 지목된 스무트-홀리 관세법보다 훨씬 파괴적일 것으로 본다.
다트머스 대학의 경제사학자 더글라스 어윈 교수는 “이번 관세는 스무트-홀리보다 클 뿐만 아니라, GDP 대비 수입 비중이 3배인 현 상황에서 충격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코노믹스 분석을 통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최대 28%포인트나 오를 수 있으며, 이는 미국 GDP의 4% 손실, 약 1조 달러 이상의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경제 충격이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부가가치세(VAT)나 비관세 장벽 등으로 인해 미국의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수출 의존도가 높아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 정상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미국이 세계를 경제전쟁으로 끌고 갈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도 “미국과의 전통적인 경제, 안보 협력 관계는 끝났다”고 밝혔다.
# 미국 내부도 ‘양분’… 제조업 환영 vs 소비자·중소기업 반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통해 미국 내 제조업을 되살리고 세수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스티븐 미란은 “관세는 미국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7,000억 달러 이상의 세수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미국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철강업계와 일부 소비재 기업들은 “그동안 불공정한 수입에 시달려왔다”며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테슬라(Tesla) 등은 “중소기업과 소비자, 경쟁력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투자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물류 플랫폼 기업 데이터독스(DataDocks)는 “고객사들이 4월 이후 예약을 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 때처럼 투자와 소비가 멈춰버렸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주요 투자은행들도 미국 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 우려 커지는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서, 인플레이션 속 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가 상승과 함께 중앙은행들의 대응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미국 소비자심리지수는 최근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3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니일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코로나 때를 제외하고 이렇게 심각한 하락은 처음”이라며 “관세 그 자체보다 투자 위축으로 인한 신뢰 붕괴가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외적으로는 캐나다에서 미국산 위스키를 판매대에서 철수시키는 등, ‘불매운동’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MIT 사이먼 존슨 교수는 “보호무역은 성공한 적이 없다”며 “이번 정책은 미국마저 글로벌 경기 둔화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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