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제이 기자, 지승환 인턴기자]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잇따른 검사와 고강도 제재 결정으로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업계가 생존의 위기에 놓였다. 업비트에 대한 영업 일부 정지 처분과 막대한 과태료가 예상되는 가운데 비슷한 구조로 운영 중인 다른 거래소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나친 규제가 투자자 보호를 넘어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제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FIU는 최근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대한 현장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업비트에 이어 코빗, 고팍스에 대한 현장 검사를 마쳤으며, 지난달 17일부터는 빗썸에 대한 현장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2월25일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을 근거로 두나무에 중징계를 결정했다. 업비트가 해외 미신고 디지털자산사업자와 약 4만5000건의 거래를 지원하고 고객 확인 절차 없이 거래를 허용한 혐의로, 당국은 △3개월간의 영업 일부 정지 △임직원 제재 △업계 최대 규모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달 27일 법원이 두나무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영업정지 효력은 일시 정지됐으나, 이러한 제재는 자산 이동이나 거래 제한으로 투자자 불편이 초래될 수 있고, 유사 구조의 다른 거래소들도 연쇄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결국엔 투자자 피해”
FIU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건전성 확보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러한 규제가 과도해 오히려 시장의 유동성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디지털자산 투자자인 직장인 A씨는 “투명한 거래 환경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인해 거래소 운영이 어려워지면 결국 피해는 우리 같은 일반 이용자가 본다”고 토로했다.
특히 FIU의 모호한 기준과 강도 높은 제재는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국의 디지털자산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동민 인디이콘 마켓리서치 대표는 지난달 6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크립토코리아를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한국이 반드시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할 필요는 없지만, 갈라파고스화돼서는 안된다”며 “투자자 보호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 거래소 중심의 거래 구조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명확한 규제 체계와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줄처분 우려에 자구책 마련 나선 거래소들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계는 업비트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이후 다른 거래소들도 유사한 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원화 거래소들이 대부분 비슷한 거래 구조를 갖추고 있어 줄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금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CDD)와 강화된 고객확인의무(EDD) 위반 시 각각 최대 3000만원과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의심거래(STR) 미보고 시에는 1800만원의 과태료에 법률 한도액은 3000만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내부통제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최대 1억원까지 과태료가 책정될 수 있다.
업비트에 대한 중징계 이후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FIU의 제재를 예상하고 자체적인 시스템 개선에 나서고 있다. 빗썸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갖춘 전담 조직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코빗은 신분증 위변조 방지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고객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으며, 코인원도 특금법 기준에 따라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원칙 중심’ 아닌 ‘규제 중심’… 산업 발목 잡는 현실
FIU의 과도한 규제는 디지털자산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한국의 디지털자산 규제는 갈라파고스식 규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네거티브 가이드라인과 투자자 보호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디지털자산 프레임워크는 새로운 위험을 모니터링하면서도 글로벌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개선하고 민간 부문과 협력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FIU는 산업 전반을 포괄하지 못하는 현행법 하나로 과도한 규제를 시행해 디지털자산 업계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다른 거래소들은 FIU 제재를 피하기 위해 내부에서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고, 현장 검사에 투입되는 시간도 점차 길어지고 있다. 빗썸은 애초 지난달 27일 현장 검사가 끝날 예정이었으나 검사가 연장된 상태다.
현장 검사 대응에 많은 내부 인력들이 투입되다 보니 하반기에 열리는 법인 투자 허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업비트 사건으로 업계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면서 “하반기 허용되는 법인 투자 등 사업 운영보다 규제 대응에 더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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