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테더(Tether)가 2025년 1분기에 비트코인(BTC) 8,888개를 추가로 매수하며 다시 한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매수를 통해 테더의 총 비트코인 보유량은 100,521 BTC로 늘었고, 평가액은 약 84억 달러(한화 약 11조 원)에 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매수 물량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테더는 왜 하필이면 8,888 BTC를 매수했을까?
# 규제 리스크 속에서도 이어진 공격적 매수
테더의 이번 매수는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향후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테더가 보유한 비트코인, 귀금속, 기업대출채권 등이 ‘비순응(Non-Compliant) 자산’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테더가 일부 자산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테더는 이러한 분석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JP모건은 비트코인도, 테더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는 아직 확정된 바 없고, 자산 구성 역시 충분히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테더는 규제 리스크에도 비트코인 매수를 이어가며 디지털 자산에 대한 장기적 신뢰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 테더, 단순한 발행사가 아니다… 글로벌 ‘큰손’으로 부상
테더는 이미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넘어 글로벌 투자사로 급부상했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약 130억 달러(17조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미국 국채 보유량 기준으로 세계 7위 투자자로 올라섰다. 캐나다, 멕시코, 노르웨이 등 주요 국가들을 앞지른 규모다. 비트코인 외에도 테더는 실물 경제 영역에서도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 이탈리아 언론사 Be Water에 1,000만 유로(145억 원) 투자
▲ 이탈리아 명문 축구 구단 유벤투스 FC 지분 인수
▲ 남미 대형 농업기업 Adecoagro 인수 추진
▲ 동영상 플랫폼 럼블(Rumble)에 7억 7,500만 달러(1조 원) 투자
테더의 투자는 미디어, 스포츠, 농업 등 비(非)암호화폐 산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히 럼블은 최근 테더의 USDt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 전용 결제 월렛을 출시하며, 테더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처럼 테더의 행보는 USDt의 글로벌 사용 확대라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 비트코인 매수 역시 단순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아닌, 전 세계 커뮤니티와 실물 경제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왜 하필 8,888? — ‘숫자’에 숨겨진 힘
테더가 선택한 8,888 BTC라는 수치는 단순한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테더가 굳이 8,888 BTC를 매수한 배경에는 ‘숫자’가 지닌 상징성을 고려한 전략이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어로 8(八, bā)의 발음은 ‘發(发, fā)’와 유사한데, 이는 ‘부(富)’와 연결되어 부와 번영을 뜻한다.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 대만, 싱가포르에서도 차량 번호판, 전화번호, 심지어 아파트 호수까지 ‘8’이 들어간 번호는 수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암호화폐 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바이낸스, OKX, 후오비 등 주요 거래소들이 초창기부터 88, 888, 8,888을 주요 보너스, 마케팅, 이벤트 수치로 설정해왔다. NFT 프로젝트에서는 ‘8888개 한정 발행’이 마치 관습처럼 자리 잡았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도 ‘8888’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거래소의 에어드롭, 디파이(DeFi) 프로젝트의 보상 구조, NFT 발행량, 게임형 토큰 이코노미에서 자주 등장하는 행운의 숫자다. ’88 BTC 보너스’, ‘8888 NFT 한정’, ‘888 에어드롭’ 등은 이제 익숙한 장면이 됐다.
특히, 테더의 주력 스테이블코인인 USDt가 트론(Tron)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주로 유통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트론의 주요 사용자층은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권이다. 이는 테더의 핵심 수요처가 미국이 아닌 아시아, 중동, 남미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숫자 너머의 전략적 메시지
테더가 선택한 ‘8,888’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장부상의 숫자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커뮤니티와 함께 번영한다”는 비언어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테더는 미국 내 규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 외 지역, 특히 아시아와 신흥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테더의 비트코인 매수는 포트폴리오 조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숫자 ‘8’을 통해 커뮤니티와 신뢰를 구축하고, 규제가 미치지 않는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 숫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말하게 할 수 있다
암호화폐는 기술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문화와 커뮤니티의 힘이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테더의 이번 8,888 BTC 매수는 단순한 자산 보강이 아니라, 비트코인 커뮤니티와 글로벌 사용자에게 “우리는 부와 함께 번영한다”는 비언어적 언어였을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자산이 단순한 숫자나 코드가 아닌, 문명의 상징으로 활용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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