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각국에 ‘10%+α’ 관세 부과안 발표…美증시 시간외거래서 급락
“가장 부정적 시나리오” 분석…상호관세 빗겨간 반도체·의약품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3일 국내 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내놓은 상호관세안에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상호관세가 예상 시나리오 중 최악의 상황에 가깝다며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코스피는 미국의 상호 관세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짙게 나타나며 전 거래일보다 15.53포인트(0.62%) 내린 2,505.86에 거래를 마쳤다.
강보합으로 출발했으나 장중 2,500선을 내주고 다시 2,530선을 회복했다가 낙폭을 키우는 등 변동성이 큰 모습이었다.
[윤해리 제작] 일러스트
간밤 뉴욕 증시는 상호관세 발표를 기다리며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기대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0.5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0.67%, 나스닥지수 0.87% 등 주요 지수가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미국 장 마감 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기본관세 10%와 국가별 개별관세 부과안이 사실상의 보편관세로 해석되면서 국채금리는 하락하고 금 가격이 급등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간외 거래에서 3대 주요 지수는 2∼4% 낙폭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등 주요 기술주도 4∼7% 급락 중이다.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각국의 경제 성장률 둔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번 상호관세는 기본관세(5일 시행)와 이른바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관세(9일 시행)로 구성돼 있다.
한국 외 국가별 상호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태국 36%, 인도네시아 32%, 영국 10% 등이다.
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일부 국가와 품목을 넘어 모든 수입품에 대해 전면적인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 전쟁’이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되게 됐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된) 상호관세율은 시장이 예상한 것 중 가장 부정적인 쪽에 가깝다”며 “각국의 대응이 시작되면 글로벌 무역전쟁 2단계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앞서 관세 관련 보고서에서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최악(worst)의 시나리오로 가정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가능성을 확대하고 대공항을 심화시킨 1930년대 무역전쟁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 행사에서 한국의 수입차 규제, 쌀 관세 등을 무역장벽으로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당국자의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혜국관세가 미국의 4배라는, 사실과 다른 미국의 인식이 재확인된 데다, 25% 관세가 확정된 자동차 외에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해 품목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 재차 나온 것도 부담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처음에는 세게 발표하고 이후 국가간 개별 협상을 통해 조정해나가는 전략을 택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전략이지만, 탄핵 정국으로 리더십이 부재한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도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시작하게 됐다.
이런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날 국내 증시는 관세 충격에 따른 강한 하방 압력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지영 연구원은 “이날 증시는 예상보다 높은 수위로 시작하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발표와 나스닥 시간외 선물 급락 등에 영향을 받아 하락 출발할 것”이라며 “장중에는 백악관, 관련 당사자 등을 통해 전해지는 관세 뉴스 흐름에 영향을 받으면서 낙폭 축소를 시도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미 국내 증시가 관련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는 데다 밸류에이션상 저점 근처에 있는 만큼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 하락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자동차와 반도체가 이미 관세 부과 우려를 반영해 주가가 하락해 있다”며 “반도체, 의약품 등이 발표된 상호관세 적용 대상이 아님을 감안 시 하락 시 매수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기존에 다른 관세가 부과된 품목은 상호관세가 추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상호관세 미적용 대상에는 이들 품목 이외에 구리·의약품·반도체·목재 등이 포함됐다.
의약품, 반도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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