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미국이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비트코인(BTC)을 포함한 전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3일 오전 8시50분 기준,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오전 9시보다 2.61%(325만9000원) 하락한 1억234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글로벌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비트코인이 3.01% 내린 8만2701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ETH)은 5.77% 하락한 1801달러, 엑스알피(XRP)는 2.0226달러로 5.79% 하락하며 시장 전반에 걸쳐 강한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 같은 하락 흐름은 청산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비트코인에서만 약 1억8064만달러(약 2651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으며, 이 중 약 64%는 숏(매도) 포지션이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 기준으로는 약 5억1152만달러(약 7500억원)의 포지션이 정리되며 투자심리 위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시장 충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 발표에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에는 이에 더해 높은 수준의 맞춤형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세는 국가별로도 차등 적용된다. △한국 25% △중국 34% △베트남 46% △대만 32% △유럽연합(EU) 20% △스위스 31% 등 주요 교역국에는 상호주의 관세가 도입되며, 이는 미국 현지시각 기준 오는 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앞서 발표된 전면 10% 관세는 5일부터 먼저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단순한 무역 정책이 아니라, 미국 조세 제도를 바꾸기 위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789년부터 1913년까지 미국은 관세로 국가를 운영했고, 당시가 미국이 가장 번영했던 시기”라며 “그 후 소득세를 도입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도 국세청(IRS)을 없애고, 관세 수입으로 연방정부 재정을 운영하는 ‘외부 수입원(External Revenue Service)’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구상에 정부 인사들도 힘을 실었다.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은 “관세는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고, 경제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며 트럼프의 계획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싱가포르 소재 운용사 QCP 캐피털은 이번 관세 정책에 대해 트럼프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서도 보기 힘든 막판 벼랑 끝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QCP는 “미국이 더 유리한 무역 조건을 얻기 위해 오히려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며 “이로 인해 주요 무역 상대국들은 오히려 연대해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위험 자산 전반이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오히려 강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글로벌 증시가 지금처럼 미국 중심이 아니라, 미국 외 지역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디지털자산시장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Fear&Greed) 지수는 이날 25점(극심한 공포)으로 전날(44점) 대비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하고, 100에 가까울 수록 매수 경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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