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윤재] 스테이블코인이 전통적 통화 체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스테이블워치(Stablewatch)는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공급량이 미국 달러 공급량과 어떻게 비교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분석하는 도구를 공개했다. 이 비교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중앙은행과 경제학자들이 ‘통화 공급량’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통화 공급량은 경제 내에서 거래나 저축에 바로 사용될 수 있는 자산의 총합을 뜻한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리 정책 △인플레이션 통제 △경제 안정성 확보 등에 활용한다.
통화 공급량 지표, 어떻게 구분되나
통화 공급량은 유동성의 범위에 따라 △기초통화(M0) △M1 △M2 △M3 △M4 등으로 나뉜다. 기초통화는 물리적 화폐와 은행의 준비금으로 구성된다. 미 연준은 현재 CURRCIR(시중 통화)와 BOGMBASE(기초통화)로 나눠 관리한다.
M1은 △지폐 △수표입출금계좌 △저축성예금 △여행자수표 등 가장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포함하며, 2020년 이후 저축예금도 포함되면서 수치가 급증했다. M2는 여기에 △머니마켓 예금 △소액 정기예금 △소매형 머니마켓펀드를 포함하며, 경제에서 자주 인용되는 지표다.
M3와 M4는 더 큰 예금과 기관용 자금, 초단기 채권 등을 포함하며 유동성은 낮지만 자산 규모 측면에서 포괄적이다. 다만 연준은 2006년 이후 M3 발표를 중단했고, M4도 공식 발표하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 어떤 자산군과 비교 가능한가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디지털 형태의 달러를 지향한다. 이 중에서도 USDT, USDC와 같은 ‘클래식 스테이블코인’은 1:1 달러 페그 유지와 지급 준비금 기반이라는 점에서 M1에 가까운 기능을 한다. 반면 이자 수익을 내는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은 투자 자산적 성격이 강해 통화로 분류되기 어렵다.
스테이블워치는 이 점을 고려해 시각화 도구에서 수익형 토큰은 제외하고, 클래식 스테이블코인만 기존 통화 지표와 비교했다. 이는 중복 계산을 피하고 통화 공급량과의 직접적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비교 지표별 의미와 시사점
각 통화 지표와 스테이블코인을 비교할 때의 시사점은 다르다. CURRCIR와의 비교는 전통 화폐의 디지털 대체 가능성을 보여준다. M1과의 비교는 일상 거래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M2와 비교하면 스테이블코인이 경제 내에서 얼마나 다양한 금융 기능을 대체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의 성장 속도와 통화공급량 간 괴리를 추적하면 디지털 자산의 금융시장 내 위상을 유추할 수 있다. 규제 변화도 주요 변수다. 규제가 완화되면 공급량과 채택이 늘어나고, 반대의 경우 축소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화폐, 정책 변화도 예고
기존 통화는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에 따라 △국채 매입 △지준율 조정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해 확대된다. 여기에 민간 은행의 예대마진 창출 구조가 더해지면서 M2 등의 지표는 훨씬 더 큰 폭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되며, 은행 시스템에 통합되지 않아 이런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다. 또한 중앙은행의 통제 밖에서 움직이는 만큼 금융 시스템에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공급량이 M1, M2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 미 연준 등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수립 시 이들을 고려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 스테이블워치의 시각화 도구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를 제공한다.
전통 통화와 스테이블코인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 모두에게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달러의 부상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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