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현지]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대규모 관세 조치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를 방불케 하는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증시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암호화폐와 채권, 외환 시장까지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비트코인(BTC)은 전체 시장 대비 비교적 선방했다. 주식과 금, 달러가 동시에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8만20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방어력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대응 기대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처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며, 비트코인이 대체 자산으로서 부각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는 특정 국가에 최대 46%까지의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며 강한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에는 25%, 중국에는 34%의 관세가 적용됐다. 이 수치는 미 무역적자 비율을 기반으로 산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식의 단순성과 불투명성에 대해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점성술로 천문학을 하겠다는 수준”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 시장은 긴장 상태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급락했고, 공포 지수(VIX)는 급등했다. 서머스는 “1971년 닉슨 대통령의 달러 금 태환 종료 수준의 역사적 충격”이라고 말했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 예컨대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시장은 큰 타격을 받았으며 베트남 증시는 2001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 외 주요 알트코인은 낙폭이 더 크다. 엑스알피(XRP)는 삼각 수렴 패턴을 형성 중이며 3.51달러까지 상승 여지도 언급됐다. 다만 반등 시점과 강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비트코인 채굴 산업도 긴장하고 있다. 주요 채굴기 생산국이 모두 아시아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관세 여파가 장비 수급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응이 향후 시장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금리 인하 요구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맞물리며 파월 의장은 복잡한 셈법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경제 정책 갈등도 커지고 있다.
월가의 한 자산운용사는 “뉴스에 흔들릴 필요 없다”며 “TV를 끄고 책을 읽으며 냉정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트럼프의 ‘관세 수술’이 끝난 뒤, 시장은 새로운 회복 구간에 들어설 수 있을까? 팬데믹 때처럼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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