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수사 효율성을 위한 관건은 교육과 협력 체계 구축”
“단순 대응 넘어, 실질적인 수사 공조 체계 강화해야”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문예윤 인턴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바이낸스 법 집행기관 교육 책임자인 야렉 야쿠벡은 이를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이 수사 효율성을 높이는 열쇠라고 강조한다. 유로폴 사이버범죄 센터(EC3)에서 다크웹 수사를 담당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현재 전 세계 수사기관과 협력하며 디지털자산 수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야렉 야쿠벡(Jarek Jakubcek) 바이낸스 법 집행기관 교육 책임자는 지난 1일 <블록미디어>와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가 기록되기 때문에 현금보다 추적이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수사기관이 적절한 도구와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 자금 흐름 파악과 범죄 네트워크 추적이 훨씬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사기관의 훈련과 거래소의 협조가 디지털자산 수사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제대로 훈련만 돼 있다면, 블록체인은 오히려 전통 금융보다 수사 효율성이 높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어떻게 추적하느냐 그리고 거래소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야쿠벡은 EC3에서 다크웹 전담 수사관으로 7년간 근무한 뒤 지난 2022년 바이낸스에 합류했다. 현재는 전 세계 수사기관을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수사 교육을 총괄하며 각국 법 집행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거래만 블록체인 위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자동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며 “수사기관이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연결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성공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대응 넘어, 실질적인 수사 공조 체계로”
바이낸스는 이러한 철학에 따라 지난해 86개국 1300명 이상의 수사관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수사 교육을 진행했다. 총 6만5000건 이상의 수사기관 요청에 대응하며 약 4억2000만달러(약 6050억원) 규모의 범죄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성과를 거뒀다. 인공지능(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과 4만7000개 이상의 악성 지갑 주소 식별 및 차단 등 보안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야쿠벡은 “현재 바이낸스에는 전직 수사관 출신들이 다수 근무 중이며, 이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국 법 집행기관과 신속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단순히 신고 접수에 그치지 않고 사건 분석과 수사 방향 조율까지 함께하는 구조적인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바이낸스는 600명 이상의 컴플라이언스 인력을 운영 중이다. 체이널리시스, TRM랩스(TRM Labs), 엘립틱(Elliptic) 등 다양한 블록체인 분석 도구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자금 흐름 추적하고 이상 거래를 탐지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해당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매년 수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 “요청 기준 충족 못하면 절대 제공 안 해”
개인정보 보호는 여전히 민감한 문제다. 야쿠벡은 “요청 기관의 △신원 △수사의 정당성 △정보 요청의 구체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어떤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며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는 바이낸스가 가장 엄격하게 지키는 원칙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경을 넘는 정보 요청에 대해서도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법과 국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예를 들어 수사기관이 100개의 계정 정보를 요청하더라도, 수사와 무관한 97건에 대해서는 정보를 절대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이는 사용자 보호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는 정보 요청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수사기관이 외국 사용자 정보를 요청하거나, 자국 사용자의 정보를 해외 수사기관이 요청한다면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법과 국제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일수록 이런 요청에 더욱 엄격하게 대응할 책임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디지털자산 산업에서 가장 앞서 있는 시장”
한국 시장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야쿠벡은 “한국은 디지털자산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 △기술 친화적인 문화 △수준 높은 디지털 인프라 △깊은 금융 이해도를 꼽았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기술 이해도도 높고 새로운 자산에 대한 투자 감수성도 강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디지털자산은 여전히 오해와 편견 속에 있지만,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 덕분에 보안과 수사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며 “중요한 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하느냐”라면서 “바이낸스는 이러한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며 디지털자산 산업의 신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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