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연준은 서둘러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움직인다면 강하게 나올 겁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미국 채권수익률 급락(채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채권수익률 하락은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것이지만, 그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월가가 채권수익률 하락을 놓고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것.
트럼프 관세 폭탄 vs 중국의 맞대응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중국의 34% 보복 관세 맞대응으로 월가는 이틀째 코로나 팬데믹 당시와 맞먹는 충격을 받았다. 나스닥 기술주 주가가 급락하고, 마진콜을 막기 위해 금을 처분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골드 가격도 하락했다.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금은 ‘안전자산’ 인 미국 국채로 몰려들었다. 대체 자산으로는 비트코인(BTC)이 거의 유일하게 올랐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바랐던 국채 금리 하락이 현실이 됐지만, 당초 기대했던 방식은 아니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채권수익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채 수익률 하락은 정부와 소비자의 차입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좋은 뉴스인지, 나쁜 뉴스인지” 시장은 오히려 혼란에 빠졌다.
연준은 어떻게 나올까?
이번 주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3.992%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1월 4.8% 수준에서 크게 낮아진 수치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도 맞물린다.
정부는 금리 하락을 통해 △재정 지출 부담 감소 △기업·가계 대출 비용 절감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의 효과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이번 금리 하락은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와 성장 둔화가 동시에 부각된 결과다.
인플레 우려 속에서도 채권수익률이 떨어진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관세가 예상보다 높았고, 물가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취지의 연설을 했다. 연준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게 지금 바로 금리를 인하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백악관이 키를 쥐고 있다
투자자들은 관세 조치로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면 공화당이 세금 감면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재정 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로 수익률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장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2022년 리즈 트러스 당시 영국 총리가 대규모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은 사례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매니저는 “연준은 서두르지 않겠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금리 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반면 로드 앱벳의 리아 트라우브 매니저는 “이번 위기는 백악관이 내놓은 정책에서 출발한 만큼, 재정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 대응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현 시점에서 국채 금리 하락은 주택 구입자나 재융자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게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번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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