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중국의 반발에 직면했다. 중국은 34% 보복 관세로 대응했다.
동시에 협상 카드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은 관세 압력을 완화할 테니, 중국은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신호가 나왔다.
월가에서도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알려진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창립자가 4일(현지 시간) 의미심장한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트럼프는 관세를, 시진핑은 위안화를 맞바꿀 수 있다.”
이같은 취지의 달리오 트윗은 월가의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월가가 그만큼 급하다는 뜻이다.
The Consequences of Liberation Day
Following up on my post below from earlier this week, now that we see yesterday's tariff announcements, it appears to me that the first order consequences of them will be significantly stagflationary in the U.S. and significantly… https://t.co/GIE4l68HAt
— Ray Dalio (@RayDalio) April 4, 2025
트럼프 관세 폭탄에 휘청
월가는 트럼프 관세 폭탄이 투하되고 이틀만에 주식시장 시총 6조 달러를 날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중국도 70%에 육박하는 실질 관세를 견뎌낼 뾰족한 수단이 없다. 동남아 국가들을 우회하는 수출 길도 미국에 들켜버렸다. 트럼프는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달리오는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달리오가 중국의 고위 금융 관료들과 연쇄 회담을 한 후 이같은 트윗을 올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플라자 합의
달리오가 제시한 해법은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이 맺은 플라자 합의와 거의 동일한 것이다. 당시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미국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비용으로 위기 상황에 있었다.
미국은 냉전이라는 국가안보 위기를 지렛대로 썼다.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국방력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일본 대표단을 뉴욕 플라자 호텔로 불러들였다.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를 단번에 끌어올림으로써 무역 역조를 누그러뜨리는 협정에 서명토록했다.(엔화 절상)
엔화 절상으로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완화됐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한 ‘힘에 의한 자유세계 방어’ 논리와 퍼스널 컴퓨터 혁명 등으로 미국 경제는 재건에 성공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미국은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플라자 합의에 서명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불황을 겪어야 했다. 최근까지도 초장기 디플레이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IT 투자에서 한국과 중국에 상대적으로 뒤쳐진 것도 플라자 합의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도 일본에 했던 것과 같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제일 첫 머리에 중국을 올렸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4389억 달러(A)의 상품을 수입했다. 대중 무역적자는 2954억 달러(B)였다. 그 비율(B/A)이 67%이고, 그 절반인 34%를 상호관세라는 명목으로 중국에 부과키로 했다.
한마디로 무역흑자를 줄이라는 요구다. 중국은 4일 미국이 자신들에게 부과한 것과 똑같이 미국산 제품에 대해 34% 보복 관세로 대응했다. 희토류 수출도 제한키로 했다. 미국과 중국은 극한의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양국은 1980년대 미일 관계가 아니다. 일본은 국가 방위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동맹’이었다.
중국은 정반대다. 대만을 놓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적국’이다. 따라서 중국이 일본처럼 플라자 합의에 강제로 사인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의 비군사적 무기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제2의 플라자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핵우산과 같은 군사력이 아닌 다른 무기를 동원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비군사적 무기로 ‘관세 폭탄’을 들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 스티븐 미란은 지난해 11월 보고서를 작성했다. 미란 보고서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예상한 부분이 나온다.
트럼프는 국가안보 정책과 경제무역 정책을 연계한다. 트럼프는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 러시아와 북한이 친해지는 것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푸틴을 일방적으로 편들면서 우크라이나에 종전을 압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냉전 시절 미국은 소련(러시아)을 상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국과 친해졌다. 지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를 자기 편으로 만드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지난 2일 나온 관세 부과 국가 명단에 러시아는 이름 자체가 없었다.
관세 폭탄과 마라라고 협정
트럼프는 러시아를 친절함으로 묶어둔 후 곧바로 중국에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경제적 선전 포고를 한 것이다. 중국이 반발하고 있지만, 내부 경제 사정상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란 보고서는 달러 약세가 미국의 막대한 국가 부채 해결의 시작점이라고 본다. 미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안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신 기축 통화인 달러를 살포해 상품을 수입한다. 이 구조가 미국 제조업 위기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미란은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협정(트럼프 사택 Mar-a-Lago 이름을 딴 협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관세로 선제 공격하고, 관세 완화와 위안화 절상을 맞바꾸는 전략인 셈이다.
대체 준비금, 비트코인과 금
미란 보고서는 이같은 경제 협상 과정에서 기축 통화 달러를 일부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준비금의 부상을 점치고 있다. 금과 비트코인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는 기축 통화로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트럼프는 기축 통화 달러의 힘을 어느 정도 내려 놓으면서 무역 질서를 바꾸는 방법으로 관세 폭탄을 이용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질서, 무역 시스템이 바뀌는 상황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 준비금의 역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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