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지난주 예상보다 강도 높은 트럼프발(發) 상호관세에 뉴욕증시 등 위험자산들이 줄하락을 보인 가운데 비트코인이 소폭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관세 조치는 장기적으로 ‘호재’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향후 비트코인이 ‘관세 안전지대’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상호관세 발표 다음 날인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3.9%, S&P500지수는 4.8%, 나스닥지수는 6% 각각 급락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2%대 상승했다. 지난 4일 오후 6시 빗썸 기준 비트코인은 2.14% 오른 1억2406만원에 거래됐다. 통상 커플링(동조화)되는 미국 주식과 다른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두 자산의 이례적 가격 흐름은 트럼프발 관세 조치가 궁극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이 퍼진 영향이다. 공격적 관세 발표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진원지인 미국 관련 자금에서 대체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예상이 잇따른 것이다.
잭 버크스 민터블 최고경영자(CEO)는 “관세가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이라며 “기관 투자자들이 점점 불안정해지는 미국 주도 기관에서 자금을 옮기면서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세 조치가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이끌 것이란 전망도 뒷받침한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의 하락세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한 것이고, 이는 곧 유동성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비트코인은 유동성 홍수에 대한 기대에 따라 선제적으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아서 헤이즈 비트멕스 공동 설립자는 지난 4일(현지시간) X를 통해 “일부 투자자들이 관세 조치로 시장을 떠날 수 있지만, 관세 조치는 결국 비트코인에 호재”라며 “관세 발표 이후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한 이유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미리 반영됐기 때문이다. 연준은 경제 충격에 대응해 조만간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QE) 재개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무역 전쟁에 따른 대체자산 기능 부각도 긍정적이다.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은 물리적 공급망에 얽힌 기존 자산들과는 본질적인 차별성을 지닌다.
미국 단일 기업 중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스트래티지의 회장 마이클 세일러는 지난 4일(현지시간) X를 통해 “탈중앙성과 디지털 속성을 지닌 비트코인에는 관세가 없다”며 “비트코인은 수출입 규제와 관련 없는 순수한 디지털 자산이란 점에서 향후 글로벌 무역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관세 안전지대(무풍지대)’로 기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달러 약세도 마찬가지다. 최근과 같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질 때는 통상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 하지만 이번 상호관세 발표 이후에는 충격의 진앙지가 미국이란 점에서 달러화 가치가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달러 인덱스는 1.67%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2년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이다.
라이언 리 비트겟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 3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은 미국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특히 중국 등 주요 무역 상대국에서 들여오는 제품 가격이 오를 경우 미국 내 소비자 및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이는 달러 약세 현상으로 이어지고 비트코인이 대체 자산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알트코인 약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 이외에 가상자산을 일컫는다.
라이언 리는 “이더리움을 필두로 주요 알트코인들 대부분이 관세전쟁 이후 6% 넘게 하락했다”며 “알트코인 시장이 단기적 매도 압력을 견디기 위해서는 실질적 수요 기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